1980년 현대 컴퓨터 네트워크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더넷을 발명하고 스리콤을 공동 설립한 밥 멧컬프(Bob Metcalfe)는 “네트워크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0대의 전화기가 연결된 전화망에 10대가 추가로 연결되면 구축 비용은 2배로 늘어나지만 그 네트워크의 가치는 20의 제곱인 400이 돼 기존 대비 4배로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2000년 이후 세상을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화시킨 인터넷의 경제적 기술적 가치 또한 이 법칙으로 유추할 수 있다. 네트워킹에 의한 가치 상승은 인터넷과 같은 통신 네트워크 기술뿐만 아니라 ICT 전반에 걸쳐 흔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수의 카메라나 레이다 수신기를 연결해 커버리지를 넓히거나 해상도를 높이는 성능 개선을 얻을 수 있다.
네트워킹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기본 기능을 구현할 하드웨어 제조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해진 후에 일어난 현상이다. 초기 상용 전파기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방송은 1:N의 정보 전달로 하드웨어의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1980년대에 초고주파(UHF) 대역에서 송수신기 기술이 상용화되는 시점에서 상용 이동통신망이 탄생했다. 지금은 반도체 집적도의 획기적 개선으로 하드웨어의 제약이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개별 디바이스 간 네트워킹에 의한 성능 개선 효과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파 분야에서도 개별 기기(하드웨어)를 네트워킹해 군집형으로 바꾸는 기술이 흔하다. 전 세계 전파천문 분야에서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ALMA 프로젝트는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84~950㎓) 대역에서 운영되는 지구 크기의 초거대 군집 전파간섭계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전파간섭계 대비 감도는 100배 이상 개선됐다.
5G 통신대역 중 하나인 밀리미터파 대역에서 상용 이동통신을 가능하게 한 기술인 안테나 빔성형 기술도 수십에서 수천개의 작은 안테나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또한 군집형 기술로 볼 수 있다. 안테나 빔성형 기술은 미래 활용 가치가 높은 밀리미터파와 6세대(6G) 이동통신의 후보 주파수인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전파 감쇠를 극복하고 전파 간섭을 억제해서 미래 통신과 레이다 센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enabler)이 될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대표적인 네트워킹 군집형 기술이다. 저궤도에 수만개의 소형 저가형 위성을 쏘아올려서 전 세계를 하나의 통신 네트워크로 묶는 프로젝트다. 2020년에 상용화를 시작해 최종 위성 수의 20% 이하 수준에서 가입자 25만명을 이미 넘어섰다. 지상망과 위성 간 동일 표준 도출과 연계 서비스는 6G의 핵심기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군집통신기술의 변화를 현재 국가별·지역별로 자리 잡은 이통사업의 판을 흔드는 '패러다임시프트'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교육과 연구에서 4차 산업혁명의 ICT 기술 변화에 주목해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파통신 교육에서도 하드웨어 위주 교육에 더해 기능의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펌웨어와 데이터 처리를 위한 기계학습·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응용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미래 ICT 인재 양성이 개인별 기술 연구와 교육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집단연구에 적합한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다수의 연구자가 상시적으로 만나 협업할 수 있는 집단연구와 동일 연구 및 주제에서 다양한 전공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팀티칭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필자가 참석한 한 학회에서 '휴대전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틴 쿠퍼는 미래통신 기술 연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래통신 기술은 네트워크가 주도하고 이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협업 능력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네트워킹 군집형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필요한 능력이 연구자 간 네트워킹이라는 답에 와닿는 바가 컸다. 조만간 우리는 수만개의 군집형 저궤도 소형 위성이 하늘을 뒤덮고 수백억개의 IoT 소자가 유무선으로 연결된, 이전과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전자파학회 정책사업 상임이사) mqlee@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