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가상사설망(VPN)을 비롯한 인터넷 우회 접속과 텔레그램 등 개인정보보호 기반 솔루션 이용자가 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력한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에 나서면서 실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러시아 정부의 정보통제 강화에 따라 익명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소프트웨어(SW) 기업 프로톤은 이달 기준 러시아 내 자사 VPN 이용 횟수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비교해 1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러시아 이용자도 폭증세다. 텔레그램은 지난달 애플 러시아 앱스토어에서 270만건에 달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작년 11월보다 무려 50% 증가한 규모다. 메시지를 암호화할 수 있는 특성이 이용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러시아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이 개인정보 보호 기술 보급을 촉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군 관련 '가짜 뉴스'를 유포하면 최고 15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 언론매체와 SNS 플랫폼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국영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뉴스를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위터는 9일 '다크웹'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트위터 접속을 차단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다크웹 접속에 필요한 SW '토'(Tor)는 데이터 소스를 추적하기 어려워서 익명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신분을 숨기고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BBC는 뉴스 열람 SW로 토를 추천하기도 했다. 러시아 토 이용자는 작년 11월 1만여명에서 지난달 약 4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우회 솔루션 수요 증가는 인터넷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텔레그램 등은 사용자 익명성을 위해 개인 데이터 기반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 반대로 페이스북 등은 해당 광고를 핵심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주류 SNS 플랫폼이 익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모델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닛케이는 제시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