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던 미국과 유럽에서도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2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정점을 지나면서 방역 조치를 완화했던 서구 국가들에서 BA.2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방역당국도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22일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월 초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영국은 인구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2월 말 300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189명으로 올랐다. 독일은 지난 2일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1570명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해 20일 2619명으로 상승했다. 프랑스는 이달 초 700명대 후반에서 20일 기준 1327명으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올해 10주차(3.7.∼3.13.) 전 세계 신규 발생은 1158만명으로 5주 연속 감소한 이후 다시 증가했다. 유럽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가운데 BA.2 변이 감염이 많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유럽의 10주차 확진자 수는 519만7344명으로 전주보다 6.2% 늘었다.
코로나19 변종 추적 웹사이트 코베리언트에 따르면 현재 BA.2는 영국에서 82%, 독일에서 54%, 프랑스에서 52%, 이탈리아에서 52%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21일부터 방역조치를 전면 해제했고 프랑스도 지난 14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규정을 포함한 대부분 방역수칙을 해제했으나 정점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던 확진자 추이가 증가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비교적 이른 시기 정점을 경험하고 감소세로 돌아간 국가에서 환자 발생이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코로나19 유행 패턴이 아직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전 세계 동향을 지속 관찰해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조만간 BA.2가 우세종이 되면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서 “이미 일부 유럽국가에서 지배종이 된 스텔스 오미크론은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50~60% 정도 전파력이 강해 보인다”면서 “어느 시점에 BA.2가 미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변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 전역 신규 확진자 중 BA.2 감염자 비중은 현재 약 30%를 차지한다. 향후 몇 주 내에 BA.2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해서 다른 변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주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해외여행 후 귀국한 여행객 2명이 기존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결합한 새로운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치명률이 높은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이 결합한 델타크론 변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