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용 극대화 문제. 흔히 두 개의 수식으로 표현된다. 하나는 효용을 극대화하라는 명령문, 둘째는 예산 제약 조건이다. 공짜 점심이 없다면 소비자는 효용을 얻기 위해 한정된 소득을 얼마간이라도 사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의 최적해는 여러 재화의 소비로부터 얻는 가격 대비 한계효용이 균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결과의 다른 표현은 소비자는 항상 비교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더 좋은 성능, 더 높은 수익을 말할 수도 있다. 혹 기업이 고객에게 제시하는 더 나은 제안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큰 공원에 띄엄띄엄 서 있는 자판기를 생각해 보자. 이 자판기의 찬 음료 하나의 가격을 대형포장과 비교하면 족히 서너 곱절이나 된다. 물론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대안도 있다.
물론 공원 한쪽에서 운동이 끝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아야 하겠지만 운동 나가기 몇 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가 작은 아이스박스에 담아 들고 나가면 된다. 자판기의 찬 음료는 꽤 비싸긴 하지만 합당한 제안인 셈이었다.

이런 합당한 제안의 예는 얼마든 있다. 자라(Zara)의 '패스트 패션'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제품 사이클은 짧다. 제품 수도 그만그만하다. 인기 있는 것은 금방 매대에서 사라진다. 그만큼 가격이 싼 대신 고객은 매장을 지나칠 때면 한번 들르는, 발품을 파는 것으로 기꺼이 역할을 나눈다.
이건 기업 고객을 뒀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리카(Orica)는 광산이나 원유 채굴업체를 고객으로 뒀다. 폭발물과 발파 시스템이란 꽤 짭짤한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고객 불안은 커지고 있었다. 오리카는 수백개 발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사고에 미치는 패턴들을 찾아냈고, 통계적으로 보장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객 기업을 설득했고, 고객들을 저가 업체들로부터 다시 돌려세울 수 있었다.
위험을 고객 대신 기업이 지는 방법도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의 어슈어런스란 프로그램을 떠올려 보라. 새 차를 구입했다 할부금을 못 내면 개인 신용엔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건 현대가 짊어질 만한 위험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2009년 1월 업계의 판매액은 37%나 감소한다. 월 하락 폭으로 1963년 이래 최대였다. 하지만 현대의 판매액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이달 현대는 딜러가 4배 많은 크라이슬러보다 더 많은 차를 판매한다.
경쟁을 다시 정의하는 것으로도 혁신을 통로로 삼을 수 있다. 소비자는 비교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실상 브리타의 정수기는 투명용기 뚜껑에 필터가 달린 간단한 구조였다. 여러 정수기 사이에 뒀더니 성능이 고만고만해 보였다. 그러다 생수 코너에 둬 본다. 그러자 당장 비교 기준이 달라졌다. 이 필터 하나면 2ℓ들이 생수를 몇 개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소비자에게 훨씬 더 매력적인 제안이 됐다.
스티브 잡스는 살아 있는 동안 혁신에 대해 많은 감흥을 줬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이패드 관련 일화다. 시장조사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그의 반응은 “웬 걸요.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찾는 것은 소비자의 일 아닌가요”였다지 않나.
기업에 혁신을 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번 따져 보세요”라는 말처럼 어쩌면 종국엔 고객에게 더 나은 합당한 제안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6>비교본능에 싣는 혁신](https://img.etnews.com/photonews/2203/1513311_20220322132304_333_0002.jpg)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