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앞둔 한은...통화정책·전금법·CBDC 핵심 과제로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 후보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 후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43년 최장수 한은맨' '정권 교체에도 연임한 첫 총재' 기록을 남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31일 임기를 마친다.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바통을 이어받을 신임 총재는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 환경 속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추진에 새롭게 대응하는 방안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가상자산, 대체불가토큰(NFT) 활성화 등 새로운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도입 여부와 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복잡해진 거시경제 환경…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눈길

신임 총재 지명자가 당장 풀어야 할 과제는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당장 내달 1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이 예고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로금리를 탈피해 연방기금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앞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해 올 연말 1.9% 수준까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020년 초 코로나19 충격이 시작되자 기준금리를 무려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해 경기침체에 선제 대응했다. 이후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금리를 낮췄다.

초저금리 시대가 개막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 등의 현상이 빚어지자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주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빠르게 기준금리를 낮추고 회복기조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과감하게 결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국내 경제·금융 상황이 복잡해졌다. 경기는 여전히 회복세이지만 금융 불균형 현상은 여전해 위험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방 압력은 더 높아졌고 경제성장률에도 부담이 생겼다.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열린 송별 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한국은 작년 8월 이후 선제 대응해 잠시 금리정책 운용 여유를 갖게 됐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간 엇박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기가 회복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반면 취약 부문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어 통화·재정정책 간 불균형 문제가 제기돼 왔다. 거시경제 여건을 반영한 정책과 피해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정책간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변화 대응, 보수적 조직문화 개선은 숙제로

한은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빅테크가 주도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빅테크 사업자의 외부청산 방안을 놓고 '빅브라더법'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외부청산 기능을 놓고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한은 고유업무 지키기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현재까지 한은과 금융위는 외부청산안에 대한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시급한 만큼 후임 총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NFT 등 새로운 디지털자산이 빠르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CBDC 도입에 대한 정책적 판단 시기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환경이 됐다. 한은은 작년부터 CBDC 시스템 구축 모의실험을 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과 무관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해왔다.

한은 내부 조직 혁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한은은 타 금융기관 대비 낮은 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내부 불만이 고조됐다. 한은 노조에서는 한은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가 총재에 임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과 대조됐다.

이주열 총재는 “낮은 급여 문제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재임기간 중에 개선하지 못해 아쉽고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