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보기술(IT)·시스템 관리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전환(DX)이 진행되면서 IT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기업이 한번 자회사로 분리한 IT 조직을 다시 모기업으로 불러들이는 사례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각사가 빠르고 유연한 IT·디지털 대책을 마련·실행하기 위해 경영진과 핵심 IT 인재 간 거리를 좁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분석했다.
완성차 제조사 스바루는 지난달 자회사 스바루 IT크리에이션스를 오는 2024년 4월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스바루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보급에 따른 사업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300명 이상을 모기업으로 흡수해 IT 자원을 단일화했다”고 설명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작년 7월 자회사 스미토모 화학 시스템 서비스를 모기업으로 불러들였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3개년 중기 경영계획에서 내세운 '디지털 혁신'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애초 40명 규모이던 정보 시스템 부문은 이번 흡수합병에 따라 200여명으로 확대됐다.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도 2020년 10월 덴소 IT 솔루션스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정보 시스템 부문 직원은 300명 이상으로 늘었다. DX 추진과 데이터 활용 효율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계 시스템 자회사 대부분은 지난 1980~1990년대에 설립됐다. 당시 주요 기업들은 IT를 핵심 업무로 바라보지 않는 데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자회사로 분리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스마트폰 보급 가속화로 IT가 기업 매출에 직결되면서 중요도가 커졌다.
닛케이는 일본에서 모기업의 IT 자회사 흡수합병 움직임이 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내에서 속도를 높여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대거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에 따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인건비 부담은 경영진의 '자회사 흡수' 결정에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