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으로 번진 文-尹 갈등...대통령과 당선인도 상대에 '일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문 대통령이 24일 직접 “답답해서 한마디 하겠다”며 회동 지연에 대한 책임을 윤 당선인에게 돌리자, 당선인 측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맞받아쳤다.

윤 당선인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인사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요구, 용산 국방부 이전을 위한 예비비 처리 거부,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등의 인사권을 두고 부딪힌 청와대와 당선인 측 진실게임 공방 속에 대통령과 당선인마저 합류하며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답답해서 한 말씀 더 드린다.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실 분이다.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또 “(윤 당선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문 대통령이 회동에 대해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덕담하는 자리'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 즉 회동 의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한 불쾌감을 넘어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선인이 직접 판단하라'고 촉구한 부분도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외에도 많은 분이 여기저기서 말씀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인 측은 즉각 반발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 당선인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에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은 전날에 이어 인사권을 두고도 강하게 부딪혔다.

윤 당선인은 전날 문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현 정부가) 마지막에 (지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언급하며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는 것은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의무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당선인 측도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다. 당선인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가급적 인사를 동결하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자 순리”라고 청와대 주장을 일축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