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지속가능한 환경솔루션 전문기관 도약”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환경을 경시하던 시기는 지났고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재앙을 막기 위해 민관이 함께 국제사회와 협력할 때입니다. 환경솔루션 전문기관 환경산업기술원은 산학연, 환경기업, 국민과 가교역할을 하며 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해왔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국제사회 요구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솔루션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탄소중립 전환' 등 녹색산업은 도전적 과제이지만 기술 개발 성과를 내고 해외시장을 선점한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유 원장은 “신기후체계 대응, 미세먼지 저감, 폐플라스틱 열분해, 환경재난 대응 등 환경 난제 해결에 도움이 될 기술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한국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상품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했다. 국민·기업과 접점에서 크게 네 가지 분야 환경정책을 집행한다. 먼저 신기후체제 대응, 폐플라스틱 재활용, 고농도 하폐수 처리, 환경성질환 예방, 화학물질 안전관리 등 환경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기획·관리한다. 환경기업에 대해 환경신기술 인·검증, 사업화·실증지원, 소요자금 융자, 수출시장 개척·수주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도 전개한다. 친환경제품, 제품·서비스의 환경성적, 친환경 보일러에 대한 인증, 녹색제품 구매 촉진, 그린카드 운영 등으로 국민과 공공기관 녹색생활을 유도한다.

또 어린이와 저소득가구, 독거노인 등 환경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있는 국민 환경피해를 예방하고 가습기 살균제와 석면 피해자 구제 등 환경보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3월 환경부 정통관료 출신 유제철 원장 취임 후 기술원은 기후 위기와 코로나 위기 동시 극복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과 관련해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다. 산학연 전문가, 환경기업, 환경 피해자와 취약계층, 국민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했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산업육성 지원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미세먼지·폐플라스틱 등 현안 해결형 기술을 적시에 개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계층 환경개선사업을 강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솔루션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고 있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많은 기업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에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미래기술 불확실성, 녹색 전환에 필요한 초기 자금 소요, 산업구조 전환기에 발생하는 특정 산업 쇠퇴와 실업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지난 25일 시행됐다.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탄소중립은 한편으로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 활성화 등이 수반되면서 녹색산업에 기회 요인을 제공한다. 특히 해외 시장을 선점하면 우리 녹색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연 8조원 수준인 환경 분야 수출도 확대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강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환경산업기술원이 수행하는 탄소중립 지원사업은 중소기업 ESG 맞춤형 친환경경영 컨설팅, 기후변화 취약국 그린뉴딜 프로젝트 공적개발원조(ODA), 기업 친환경 녹색전환자금 장기·저리 융자 등이다.

-환경은 규제와 진흥 모두 중요하다. 기술원은 이 가운데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환경은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규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기술 개발과 환경산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규제로 인해 창출된 환경시장에서 기업이 창의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흥하는 역할을 기술원이 수행한다.

환경기술 개발 지원 역사를 보면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등이 요구되면서 1992년에 환경 R&D가 시작됐다. 현재 연 3000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기후변화, 미세먼지, 물관리 등 환경 이슈별 33개 R&D 사업을 지원한다. 현재 한국 환경 기술은 미국의 약 81% 수준까지 따라왔다. 확보한 기술은 신기술 인증이나 기술 이전, 공공 활용, 현장 적용 등을 통해 우리 환경문제와 나아가 글로벌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환경산업 지원도 중요하다. 환경기업 창업과 안정화를 지원하고 우수환경산업체 지정, 환경정책자금 융자, 사업화·상용화 자금 제공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에 있는 종합환경연구단지 내에 환경산업연구단지를 운영하면서 시제품 제작과 실증시설, 각종 컨설팅 등도 제공한다. 개발도상국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해외 환경프로젝트 타당성 조사, 환경기술 해외 현장 실증, 수출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다른 진흥 역할로 녹색제품 확산이 있다. 소비자의 녹색 생활 장려로 기업 친환경제품 생산을 유도하는, 지속가능한 소비·생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친환경 제품, 환경성적 및 저탄소제품, 신기술 등에 대한 인증제도를 운영한다. 환경표지 인증제품은 약 1만8000여개, 환경성적표지 인증제품이 약 1400여개, 저탄소제품은 약 300여개가 있다. 이런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녹색매장을 지정하고 녹색제품 구매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그린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기술원의 우수환경업체 지원사업이 인상적이다. 기업들이 산업현장에서 거둔 성과가 있다면.

▲2012년 시행 후 총 114개사가 지정됐고 지정 유효기간이 5년이라 현재 우수환경산업체는 61개사다. 기업 홍보영상 제작, 판로개척지원금 제공, 국내외 환경박람회 홍보관 운영, 해외 발주처·구매자 연결 등을 지원한다. 환경기술 개발, 환경정책자금 융자, 환경산업연구단지 입주, 해외진출 지원 등을 신청하면 가산점도 부여한다.

우수환경산업체 지정 유효기간 동안 연평균 매출액이 12.7% 증가했고 지정 기업 수출액 또한 지정 전년도에 비해 1.44배 늘었다. A 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2018년 572억원, 2019년 3285억원, 2020년 355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0년 3월 원장 취임 일성으로 '환경난제 해결'을 강조했다. 지난 2년간 거둔 성과가 있다면.

▲신기후체계 대응, 미세먼지 저감, 폐플라스틱 열분해, 환경재난 대응 등 환경난제 해결에 도움이 될 기술개발사업을 새로 기획·지원했다. 작년 11월에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0 환경기술개발 추진전략'도 수립했다.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과 4차 산업혁명 대비, 환경 질 향상을 위한 분야별 중장기 환경기술 개발전략을 담았다. 온실가스 모니터링을 통한 기후변화 예측, 오래된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폐자원 순환성 향상과 탈플라스틱 기술, 디지털 물관리 기술, 환경보건 빅데이터를 통한 화학사고 예측 등을 망라하고 있다.

녹색금융 기반도 도입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중 자금이 녹색산업 또는 녹색기술로 유입돼야 한다. 기술원은 환경부와 함께 작년 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69개 경제활동에 대해 탄소중립과 환경개선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 진정한 녹색 경제활동이 무엇인지를 제시했다.

ESG 확산에도 노력했다. 기술원은 그간 온실가스 다 배출 기관과 기업들이 환경 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하고 이를 평가해 금융기관에 제공, 환경 책임투자를 활성화하는 환경정보 공개제도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법인으로 대상 기업을 확대해 녹색경영, 정보공개, ESG 평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또 환경기업을 직접 지원한다. 자력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에 500억원 온실가스 저감 설비자금을 융자해 준다. 중소기업 약 100곳에는 ESG 경영 컨설팅을 해준다. 한국산업은행과 협의해 기업의 공정 개선, 산업 전환 등에 필요한 자금 5조원을 대출해 준다. 특성화대학원에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국제 탄소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기업의 국제무대 생존 전략이 있다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제품 소재·원료 생산과 유통,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 탄소 배출량까지 산정하고 배출량이 EU 기준보다 높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청정구매법을 적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경우 공공조달 물품에 전 과정 탄소 배출량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 이상 제품은 입찰을 제한한다.

기업은 자사 제품 전 과정 탄소 배출량을 파악해야 한다. 원료 채취에서부터 폐기까지 어느 부분에서 배출이 많은지 분석해서 공정을 개선하거나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술원은 기업 탄소 배출량 산정을 위해 기초 데이터인 전 과정 목록(LCI DB)과 제품 탄소 배출량 산정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 LCI DB는 800여개가 있으나 국제 플랫폼에 등록된 것은 17개에 불과하다. 국제표준에 맞게 올해부터 매년 150개씩 개발해 등록할 예정이다. 환경성적 산정지침도 매년 12개 제품을 대상으로 지속 개발할 것이다.

-인천 '한국환경산업연구단지'에서는 어떤 성과가 나고 있는가.

▲환경산업연구단지는 환경기업 창업에서 환경기술 개발, 실증연구,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입주기업 수는 41개사에서 지난달 123개사로 늘었다. 실증실험 지원을 위한 파일럿테스트동은 입주 대기가 1년 이상 밀릴 정도다. 기업 전담제, 투자유치,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사업화·실증화, 시제품 제작, 지식재산권 확보 등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입주기업들은 총 462명 신규고용, 429억원 투자유치 등 실적을 냈다.

2018년부터 환경창업대전을, 2020년부터는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약 331개 환경 기업에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작년 창업대전을 통해 발굴된 아이디어 중 83%가 창업 꿈을 이뤘고 이들 중 2건은 정부 통합으로 진행된 창업 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 역시 약 93% 높은 창업률을 기록하며 약 180개 일자리와 매출 270억원, 특허 206건을 달성했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유제철 원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환경경제학 석사, 금오공과대에서 환경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환경부 국제협력관, 생활환경정책실장을 지낸 환경정책전문가다.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직무훈련을 받았고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지내며 중앙·지방 정책을 균형감있게 보고 국제감각도 겸비했다는 평가다.

유 원장은 2020년 3월 환경산업기술원장 임기를 시작하며 취임사를 통해 “기술원이 훗날 환경난제를 해결하는 최고 전문기관으로, 활력이 넘치고 신뢰받는 곳으로 성장한 미래를 그려 보자”며 환경 전문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실제 2019년 5482억원, 2020년 6591억원이었던 기술원 예산이 취임 후 그린뉴딜 추경 예산 2745억원이 배정됨에 따라 9336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예산은 1조1335억원이다. 취임 첫 해 예비창업자와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에코스타트업 사업을 시작했고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어난 중소 환경기업 사업화·상용화 지원사업과 정책융자사업도 차질 없이 수행했다. 특성화대학원도 2개에서 23개로 늘었고 녹색분류체계 개발 지원, 국제환경협력센터 역할 신규 수행,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확대 등 업무 양적·질적 향상 성과가 있었다.

유 원장은 조직문화 개선에도 직접 나섰다. 부서장이 아닌 실무 담당자에게 직접 업무 관련 보고를 받고 개인 역량 향상과 소통 확대 계기로 삼았다.

그는 “신입직원이 선배에게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는 '리버스 멘토링'을 진행해 유연하고 활력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면서 “주요 외부 고객인 연구기관과 기업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했다”고 말했다.

남은 임기 동안 유 원장은 ESG 경영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경영·윤리경영 지원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유 원장은 “지난달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을 취득하는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경영체계를 마련했고 반부패 경영관리 체계를 갖춰 연내 반부패경영시스템(ISO 37001) 인증도 취득할 예정”이라면서 “남은 1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솔루션 전문기관'이라는 비전 달성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