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청와대 만찬 회동의 가장 큰 변화는 배석자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개 단독회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구권력 간 파격 협의보다는 원론 수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28일 청와대 상춘재 만찬 회동은 지난 16일 예정됐다 전격 취소됐던 상춘재 오찬 회동과 크게 세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 오찬에서 만찬으로 변경됐다. 오찬은 통상 낮 12시에 시작해 길어도 오후 2시면 끝이 난다. 식사를 겸한 자리기 때문에 현안에 대한 의견을 해당 자리에서 조율하기보다는 실무협의가 끝난 상황에서 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만찬은 오후 6시, 즉 일과 종료 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오찬보다는 업무적 성격이 덜하다. 시간적 여유도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대화 여부에 따라 파격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크다.
두 번째로 배석자가 포함됐다. 애초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둘만 단독 회동하기로 했었다. 장소인 상춘재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기록이 강제되는 곳이 아니라 '깜깜이' 회동이 우려됐었다.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양측은 비서실장을 배석키로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상대 요구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특별사면 여부, 감사위원을 비롯한 인사권 행사,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 등에서 서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마지막으로는 의제가 없다는 점이다. 청와대 측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라고 평가하는 등 당선인과 회동이 '결과를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다'는 점을 지속 강조해왔다. 반면에 당선인 측은 공개적으로 특별사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인사권 행사 시 우선 협의,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 등을 의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당선인 측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유의미한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선 늘 일관된 기조”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회동으로 대통령과 당선인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졌던 신구권력 갈등이 해소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제적 파장, 북한 ICBM 발사 안보위협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협력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갈등 주원인이던 감사위원 인사에 대해 감사원이 제청을 사실상 거부, 당선인 측 편에 서면서 일단락됐다고 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갈등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감사위원 인사와 달리 선관위 상임위원,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 갈등 요인은 아직 남아있다”면서도 “이번 회동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해 더 나은 나라를 만드는 데 신구권력이 협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