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완전 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한 과제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자동차를 매개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6000여년 전 바퀴라는 획기적인 이기(利器)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역사는 탈것을 위해, 탈것에 의해 진화·발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술 혁신이 가속하면서 자동차 패러다임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로 '모빌리티' 개념이 확장하면서 자동차는 더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혁신은 자동차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바꾸며 인류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이끌고, 시간과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산업에서 경제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 혼잡과 교통사고 감소를 통한 사회 비용 감소 및 운전 피로도를 경감하고,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성 및 대중교통 소외지역의 이동성 제고를 통한 사회적 형평성 제고 등이 일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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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효과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 활성화로 시간 대부분을 주차장에 세워 뒀던 자동차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는 반면에 완성차 제조·판매가 줄어들고 대중교통 수요가 감소하면서 관련 산업 축소에 따른 고용 충격 등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기술 혁신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사이버 보안과 시스템 안전, 도로교통·통신 인프라, 법·제도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경제·사회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산업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5년 1조달러(약 1200조원)를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도 2030년 3조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 전망> 자료:KPMG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2020년 71억 달러에서 2035년 1조1204억 달러로 연평균 41% 성장이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시장 전망> 자료:KPMG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2020년 71억 달러에서 2035년 1조1204억 달러로 연평균 41% 성장이 전망된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로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생태계는 기존 완성차·부품기업, 반도체·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이종 산업의 융합으로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앱티브사와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 설립에 20억달러를 투자했고, 독일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140억유로를 투자하는 등 완성차 업계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구글이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애플·소니 등 그동안 자동차와 무관했던 IT 기업들이 잇달아 시장진입 계획을 밝히는 등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서비스 시장 전망> 자료:프로스트앤설리반 오는 2030년 셔틀의 50%, 택시의 25%가 자율주행차로 운영되고, 자율주행 셔틀은 744억 달러, 자율주행 택시는 386억 달러 시장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서비스 시장 전망> 자료:프로스트앤설리반 오는 2030년 셔틀의 50%, 택시의 25%가 자율주행차로 운영되고, 자율주행 셔틀은 744억 달러, 자율주행 택시는 386억 달러 시장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변화할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 단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2027년까지 1조974억원이 투입되는 범부처 합동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가 목표다.

하지만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현실화하기 위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명확화가 필요하며, 세계가 통용할 수 있는 표준과 법규가 정착돼야 한다. 차량 간 통신을 통한 커넥티드 기술력 확보, 사이버공격과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보호장치 구현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AI가 인간을 넘어설 것인가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진보된 능력, 인간 같은 감정·윤리 판단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것도 숙제다.

자율주행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는 제조업과 사물인터넷, 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융합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민간은 역량을 집결해서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현실화하기 위한 세부 실천전략을 더 촘촘하게 그려야 한다. 시장 중심 사업모델의 창출, 정부에 의한 규제·제도개혁, 민·관 협력에 의한 연구개발 추진이나 산업 플랫폼의 구축 및 촉진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과 속도감 있는 사업화 지원체계 구축도 고민해야 한다.

인재 양성도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자율주행 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 인재에 요구되는 능력과 직무가 무엇인가부터 다시 검토해서 실효성 있는 인력 양성책을 시행해야 한다.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의 기술 역량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견·중소기업이 국내에서 확보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면 한국 자율주행 산업은 전(全) 생태계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산·학·연·관의 역량 결집, 신속한 사업 지원체계 구축, 인재 양성, 중견·중소기업 육성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추진을 통해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를 시작으로 'K-자율주행 기술'이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이끌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ssna@katech.re.kr

○나승식 원장은…

서울 고려고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정보통신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36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정보통신부 IT중소벤처팀장·지식정보산업과장,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정책과장·기계항공시스템과장·정보통신정책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을 거쳐 국무조정실 산업과학중기정책관, 산업부 소재부품장비산업정책관, 무역투자실장, 통상차관보,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달 제12대 한국자동차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기업별 자율주행 개발 동향> ※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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