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 정부는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화두를 던지면서 국민에게 매력적인 비전을 어필해 왔다. 지난 정부의 IT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군사 정권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이어진 정보통신망 육성 정책, 그 기반 위에 이루어진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 노무현 정부의 전자정부 활성화, 이명박 정부의 IT 컨버전스 정책, 박근혜 정부의 공공정보 개방정책, 문재인 정부의 인터넷 자유정책 등으로 나열된다. 4차 산업 핵심이 소프트웨어(SW), IT, 네트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라 본다면 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IT 관련 국정 키워드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 한다. 이 또한 과거 정부에서 추진해 오던 시대 흐름과 별개는 아닐 것이다. 과연 어떤 목표와 실천 방안을 가지고 있을지가 관심사다. 과거 정부와 다르게 무엇을 자랑스럽게 남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플랫폼이란 용어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면 일반 국민에게는 '기차역'이라는 뜻으로 쓰여 왔으며, 비즈니스 용어로는 온라인에서 생산, 소비, 유통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과 상호 작용을 통해 무한한 가치를 창조하는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쓰여 왔다.
플랫폼이란 용어는 이제 온라인을 떠나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생태계라는 뜻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한 IT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과거에 행안부, 정통부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전자정부라는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이는 시스템으로 구축돼 운영 중이므로 플랫폼에 가장 가까운 실체다. 인터넷 속도 세계 1위라는 자부심과 2010년부터 3년간 전자정부 세계 1위라는 자랑도 항상 대한민국의 수식어였으므로, 이런 성공 DNA를 이어받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성공적인 부문을 강화하면 보다 발전된 형태의 플랫폼으로 진화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주력해서 진화돼야 할 방향은 최근 주요 키워드가 되는 IT를 적용하면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체적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따를 것이므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하고,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해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팬데믹 위기에도 업무 시장 환경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적용해서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투명한 정부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 외에 과거부터 실행해오던 스마트산업 기술도 확대 발전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융합'시키는 방향의 설정이 필요하다.
플랫폼과 데이터의 중요성
여기까지는 누구든지 제시하고 건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플랫폼에 활력을 불어넣어 위에 기술한 효과 이외에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과거 전자정부 시스템과 차별화하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요인은 바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발생과 수집, 저장과 관리 주체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이 시급하다. 각각의 정부 부처, 지자체에서 어떤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며 누가 데이터 주인이며 어떻게 표준화할 것이고 어디까지 공유하고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이 확립돼야 비로소 데이터 통합이라는 대명제에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표준화되고 합의된 데이터 통합은 정부와 정부,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사이 소통을 하는 주요 매개수단이 되기도 하며 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진행으로 상호 신뢰의 기본이 됨은 물론 효율적이고 적시적인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다. 또 이를 통해 발생한 데이터 및 정보는 산업의 씨앗이 되어 많은 비즈니스를 탄생시키는 국가 생태계의 일부로써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많은 국민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단지 대기업이나 IT 회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라는 화려한 조명의 그늘 아래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일반 국민이 생업에서 혜택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계층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예컨대 국가 중심으로 구축된 디지털 플랫폼은 민간 플랫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민간의 사업을 촉진시키고 스타트업과 중소 비즈니스에서도 활용해 정부 디지털 플랫폼과 융합돼야 한다.
IT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 인력 양성은 다양한 디지털 요구를 현실화시키고 디지털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절실한 요건이며 청년 일자리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의 인력 양성책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고착화된 과거의 틀에 갇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과거 정부가 해내지 못한 이 난제를 꼭 해결해야 할 것이다.
'GaaS'로 진화해야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면 전 부처와 지자체를 통합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행정, 법무, 세무, 민원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AI 행정비서 서비스와 같은 대국민 데이터 카탈로그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다. 즉, 어려운 대정부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궁금한 점이나 해결하고자 하는 민원을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일반 국민도 디지털 AI 가이드를 통해 쉽게 이해하고 안내받을 수 있다.
이를 더 확대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일자리, 복지혜택, 세무 정보, 평생학습, 직업훈련, 방범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한 용어 안내에서 실제 서비스 단계까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전자정부서비스처럼 부처와 지자체별로 칸막이가 쳐진 e-서비스가 아니라 표준화되고 통합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기반으로 접근성이 용이하고 원스톱으로 활용 가능한 통합 정부서비스인 GaaS(Government as a Service)로 발전돼야 한다. 이는 곧 데이터의 통제된 연결을 뜻하며 관련 행정 정책 수립, 나아가 데이터 소유와 권리자의 정치적인 합의 또한 필수로 요구될 것이다.
총리실 산하 CIO 설치 필요
마지막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기획, 조정, 통합하는 조직의 구성이 필요하다. 현행 행안부나 과기정통부 조직은 이러한 권한과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부처의 권한 관계나 지자체 간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해법도 필요하므로 청와대 직속 혹은 총리실 산하 국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최고디지털책임자(CDO)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와 통합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성되거나 수집되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이루고 공유 및 통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수집되고 통합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부 환경도 마련돼야 하는데 민간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하고 활용 가능한 데이터 생산이 뒷받침돼야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가치를 향상시키고 데이터 거래 체계 및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플랫폼 서비스에는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플랫폼이란 운영을 하다 보면 강자에 의해 독식되고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열린 플랫폼 운영이 중요하다. 그리고 플랫폼 운영 주체가 항상 서로 모순된 이익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운영과 관리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이영상 데이터스트림즈 대표 yslee@datastreams.co.kr
이영상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과정 수료하고 킨텍스 사외이사, KOTRA SW 수출고문위원, 한국빅데이터학회 부회장, 한국PMO협회장, 한국상용SW협회장를 거쳤다. 2021년 '산업기술진흥 유공 및 대한민국 기술 대상' 동탑 산업훈장, 2021년 한국경제를 빛낸 인물&경영' 글로벌경영부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