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차기 총재 인선 절차가 지연되면서 한국은행 총재가 부재하는 사태를 맞게 됐다. 독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이 권력 다툼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통화정책에도 일부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를 마치고 오는 31일 퇴임을 앞두고 있어 한은은 이승헌 부총재 대행체제 준비에 한창이다. 이 부총재 대행체제는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하며 신임 총재가 취임할 때까지 이어진다.
한은은 총재 취임 전까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을 직무대행도 정해 놓았다. 다음달 1일부터 6개월간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한은은 대행체제 준비와 함께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청문회 준비 TF 사무실은 한국은행 본점 인근에 있는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마련했다. 한은에 따르면 청문회 준비 TF는 정책팀과 총무팀으로 구성되며 배준석 부총재보가 총지휘를 맡는다.
이주열 총재 후임으로 내정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오는 30일 오후 귀국하는데 다음달 1일부터 매일 출근하면서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신구 권력 갈등으로 인사청문회 일정 등이 조속히 잡힐지는 미지수다. 2012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은 총재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뒤 2014년과 2018년 두 번의 청문회가 열렸는데 청문회 통과까지 각각 16일, 19일 소요됐다. 여야 합의로 청문회가 열려 최종 취임하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다음달 중순이 넘는다는 얘기다.
당장 다음달 1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총재 없이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총재 포함 7명의 금통위원이 참석하는데 회의 전까지 총재가 취임하지 못하면 차기 회의는 6명만 참석한 채 열리게 된다.
한은은 “향후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청문회 일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