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을 겪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물론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일부가 최근 키이우(키예프) 회담 후 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고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3일 키이우에서 열린 평화 협상 이후 아브라모비치, 우크라이나 정치인 루스템 우메로프 등 관련인들이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지속,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실명 증상을 보였으며 식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은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며, 이번 사건이 평화회담을 방해하려는 모스크바 강경파들의 공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아브라모비치와 만났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기 않았기 때문이다.
아브라모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서방의 제재 일환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이사회로부터 구단주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는 측근이라는 사실을 부인해왔으나 푸틴의 승인을 받아 지난 3일 평화 협상에 관여해 의심을 사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에게 독살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그는 평화협상에 계속 참여하려는 의사를 거두지 않았다. 그가 중재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세상을 떠난 아브라모비치의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태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방 전문가들은 증상이 생화학 무기에 따른 것인지, 전자기 방사선 공격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적시에 샘플을 채취하지 못했으며, 포렌식 조사팀도 독극물을 발견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2020년 신경작용제 중독 사건을 조사했던 유럽의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벨링캣의 크리스토 그로체프는 “이번 공격은 살해 목적이 아니라 경고를 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협상단의 한 분과위원으로 활동하던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마리우폴 등에서 시민들의 안전한 대피 등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행보도 보였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브라모비치에게 제재를 부과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