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2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에도 '유보' 권한을 발동해 연료비를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발됐다. 다만 기후·환경요금과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 인상분은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한국전력공사는 2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 유보 의견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29일 밝혔다.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33.8원으로 산정했지만 분기별 조정상한을 적용해 ㎾h당 3.0원으로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 관리를 이유로 이번에도 유보 권한을 발동하면서 요금 인상을 무산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0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2020년 12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6차례 연료비 조정에서 4차례나 유보 권한을 발동했다. 유보 권한을 발동하지 않은 지난해 1월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에서는 연료비를 아예 인하했다. 이후 지난해 4분기에 연료비를 원상 복구했지만 분기별로 연료비를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은 한 번도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020년 12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골자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특히 연료비 조정요금을 신설하면서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해 가격신호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정한 정부 유보 권한을 남발하면서 제도를 무력화했다. 분기별로 ㎾h당 3원, 연간 ㎾h당 5원으로 연료비 변동 폭을 제한하면서 연료비 연동제의 실효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현행 (분기당 연료비 조정단가 제한폭인) ㎾h당 3원은 저유가 시기에 지나치게 순진하게 접근한 것”이라면서 “누적된 한전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간 협의로 진행되는 현행 전기요금 결정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해서 정부에 제출하면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간 협의로 최종 결정된다. 물가 당국인 기재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다만 정부와 한전은 오는 4월로 예정된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은 예정대로 시행한다. 오는 4월 1일부터 기준연료비는 ㎾h당 4.9원, 기후·환경요금은 ㎾h당 2원 각각 인상된다. 이에 따라 ㎾h당 총 6.9원이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는 무산됐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