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사업 통합발주가 중소 상용 SW 기업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발주처는 행정 편의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100% 통합발주를 고수한다. 이로 인해 상용 SW 기업은 최소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유지관리요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는 요인이 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개발사업이 분리발주 된 사업만이라도 유지관리는 별도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게 상용 SW기업 입장이다.
◇유지관리사업, SW 사업 예산 3분의 1 차지
공공 SW 유지관리사업은 모두 통합발주된다. 개발사업은 법에 따라 30~40%가 분리발주되고 있다. 조달청 전자정부사업은 분리발주율이 약 60%다. 그럼에도 유지관리사업은 예외다. 모든 사업이 통합으로 발주된다.
분리발주를 통해 상용SW를 별도로 구매했다면 유지관리 역시 별도로 계약을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식이 유지관리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수십년간 지속된 일이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에 기준에 따라 유지관리사업 예산을 신청해도 100% 반영되지 않는다. 낮아진 예산은 입찰을 통해 80%까지 다시 떨어진다.
통합발주가 되면 주 사업자가 마진을 떼고 나머지 금액을 상용SW 기업이 나눈다. 상용SW 유지관리요율이 10%도 안 된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중견 IT서비스 기업 중에는 유지관리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이 저가로 사업을 수주하고 부담을 상용 SW기업에 전가하는 일상화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유지관리(유지보수) 사업 예산이 SW 사업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1%다. SW 사업 3분의 1에 이르는 예산이 유지보수에 사용된다.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통합발주 때 상용 SW기업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풍연 한국SW·ICT총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20년 이상 유지관리사업을 통합발주로 하면 안 된다고 지속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나라장터 쇼핑몰 등록 시 공급 단가, 유지보수요율을 등록하는 데도 분리발주나 수의계약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관리도 SW 구매에 해당
공공기관이 SW 유지관리사업을 통합발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발주행정과 관리 편의성 때문이다. 규모가 큰 SW 구축 사업의 경우 수십개의 상용 SW가 설치된다. 이 같은 상용 SW를 유지관리사업 발주 시 일일이 계약을 맺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공공기관의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개발사업에 분리발주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프트웨어진흥법 재54조는 국가기관 등의 상용소프트웨어 구매에 대해서 '국가기관 등의 장은 상용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사업을 추진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상용소프트웨어를 직접구매(분리발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법이 상용소프트웨어 '구매'에 대해 분리발주를 정의하고 있을 뿐 '유지관리' 사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의가 없다는 점이다.
상용SW 기업은 이에 대해 조달청 상용소프트웨어 제3자 단가계약 업무처리기준의 유지관리상품에 대한 규정을 제시한다. 규정 제4조에는 기본으로 출시 및 판매되는 상품뿐만 아니라 무상 하자보수 보증기간 종료 이후 유상 유지관리 상품도 상용SW로 정의하고 있다.
즉, 유지관리 역시 상용SW에 포함되며 소프트웨어진흥법의 구매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유지관리 역시 직접구매(분리발주)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상용 SW기업 입장이다.
◇행정 편의적 사고 버려야
민간 기업은 대부분 구축사업의 상용SW를 분리발주하거나 사전 선정 이후 시스템통합(SI) 사업자를 결정한다. 유지관리사업에 쓰이는 상용 SW는 100% 수의계약을 체결한다.
상용 SW기업은 공공 SW 사업에서도 유지관리 사업 시 상용SW는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구축사업에 도입한 상용SW에 대한 유지관리인 만큼 분리발주나 경쟁입찰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조달청 쇼핑몰에 등록된 단가를 기준으로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지관리사업 통합발주는 상용SW 유지관리요율을 높이기 어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공 분야 상용SW 유지관리요율은 2020년 기준 11.2%다. 수년째 11% 안팎에서 변하지 않는다.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장 낮은 유지관리 등급인 5등급의 유지관리요율이 12.0%다.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용SW 기업은 절실하다.
SW기업 대표는 “11%는 통계상 수치일 뿐이고 실제로 공공 SW사업 유지관리요율은 6~8% 수준에 불과하다”며 “예산 산정 때부터 유지관리사업에 대한 예산은 축소되고 경쟁입찰, 통합발주에 따라 요율이 점점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스마트시티 등 다른 분야 사업의 일부로 도입되는 상용 SW 경우 5% 수준으로 유지관리요율이 내려간다고 덧붙였다.
상용 SW 기업은 구축 사업에서 분리발주된 사업만이라도 유지관리 때는 수의계약을 맺어주길 희망하고 있다. 통합발주를 하면 통합사업자 하나만 관리하면 된다는 편의성만 생각하는 것이 결국 국내 SW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행정편의 좇다 수십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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