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 칼럼]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플랫폼유통 칼럼]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요즘 개인 삶의 흔적은 자신도 모르게 여기저기 흩어져서 데이터로 저장돼 있다. 기업들은 구매기록, 대출기록, 신용도 등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이용해 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모른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개인 데이터. 쇼핑몰에서 어떤 상품을 보고 나면 신기하게도 바로 인스타그램이나 메타에 비슷한 상품광고가 계속 뜨는 것을 많은 사람이 봤을 것이다.

데이터는 개인이 만들었는데 개인은 그 데이터를 소유하지 못하고 기업이 비즈니스에 이용해 왔다. 개인 데이터를 개인이 아니라 기업에서 주로 통제하면서 기업 간 정보 불균형도 점점 커졌다. 기업 규모에 차이가 날수록 정보 불균형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으며, 정보 격차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신규 서비스는 성장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오랫동안 경쟁 없는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 '마이데이터'다. '개인이 개인데이터의 주인'이 핵심 철학이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 지난 2018년 7월 금융위원회가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외친 말이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서민 대상 금융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소비자 신용정보에 기초한 재무컨설팅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고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찬 포부와 함께 올해 1월 도입된 마이데이터는 과연 금융소비자의 충실한 '금융비서'가 됐는가.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를 '정보의 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이를 신용관리·자산관리, 나아가 건강관리까지 개인 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금융회사, 핀테크, 정보기술(IT)기업 등에서는 마이데이터를 유망 산업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기업은 2월 기준 총 55곳이다. 계속해서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마이데이터 도입 3개월이 흐른 지금 금융소비자는 부정확하고 부실한 신용정보 속에서 헤매고 있다. 주식매매 현황은 실시간으로 볼 수 없으며, 신용카드 결제 내역도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하다. 카드실적 혜택은 아예 알 수가 없다. 자신이 가입한 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 현황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나마 제공되는 정보도 금융회사마다 들쭉날쭉이다. 어떤 보험사는 특약정보, 보장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어떤 보험사는 보장정보나 특약정보만 보내 주는 식이다.

은행 잔액과 거래내역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신용카드는 거래시간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또 하루 1시간 동안은 점검을 이유로 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인 신용정보의 정기 전송도 1주일에 고작 한 번뿐이다. 자신의 정확한 금융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1주일을 기다려야 하거나 매번 번거로운 전송 요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활용 주체가 개인에게 국한돼 있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는 '개인'이 아닌 '사업자'라는 이유로 마이데이터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청소년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역시 배제됐다.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제공하던 신용카드 실적에 따른 혜택이 개인 신용정보가 아닌 카드사 고유의 가공정보라며 정보 제공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은 각자의 카드 실적을 확인해서 여러 혜택을 비교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서비스가 퇴보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충실한 '금융비서'는커녕 답답하고 혼란만 주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무엇보다 금융사들이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데이터와 기술로 무장하고 자신들의 영역에 새롭게 진입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핀테크 회사들과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금융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 확보한 자신들의 중요한 고객정보를 경쟁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한다는 것이 마음 편할 리 없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사업의 게임법칙 상 타사의 정보도 요구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정보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의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마이데이터 사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금융위의 어정쩡한 태도와 제도의 미비가 문제를 키우고 있는 느낌이다. 데이터의 주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이를 활용해서 핀테크 플랫폼 산업을 발전시켜 금융소비자에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고 금융산업의 선진화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주도의 파괴적 혁신(Technology-driven disruption)이 절실하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