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회사의 경영과 기술을 돌아보자

임윤묵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임윤묵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올해 초 광주 지역에서 시공 중인 건물의 붕괴가 인명사고로 이어져 유족과 관계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발생하면 안 될 사고였지만 인명사고를 제외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사고가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그나마 기술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위안이 됐을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이러한 건물 시공이 전국의 수백 곳에서 매일 실시되고 있는, 아주 평범한 기술이고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는 것이다. 원칙만 준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콘크리트 수화반응은 분말의 시멘트가 물과 섞여서 화학적인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화학반응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콘크리트라는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즉 평상시 상온에서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과 온도가 낮은 상황에서 만드는 경우는 다르다. 심지어 주재료인 물은 영하에서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존재하게 되고, 이는 일반적인 콘크리트의 화학반응에 완전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온도가 낮아지면 화학반응이 늦여지고 그러면 콘크리트의 강도 발현이 늦여지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콘크리트의 강도가 기준까지 1주일 걸렸던 것이 기온이 떨어지면 10일이 걸린 수 있다.

기온과 공사 기간은 연동돼야 한다. 이는 아주 기초적인 콘크리트 관련 기술로, 이미 건설 관련 교과서·서적뿐만 아니라 건설기술 법전과 같은 시방서에서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당연한 기술을 건설 현장 기술자들이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 부분은 기술을 교육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기술자가 이 부분을 놓쳤다 하더라도 여러 형태로 중간중간에 문제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조사가 법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런 모든 절차가 무시됐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 일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회사 경영 문제로, 기술을 보유하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기술자' 없이 물건을 만들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공 중인 건물에 붕괴와 같은 사건은 건설을 업으로 하는 기술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건설 기술을 기반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 사건은 하나의 대화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전 대학 동기들과 저녁을 하게된 자리에서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중요 내용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사항부터 우리나라 기술교육의 문제까지 아주 광범위한 내용들이 오고갔다.

하지만 그 많은 내용 중에 그동안 내 자신이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됐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건설회사는 건설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자가 현장에서 기술을 구현하는 회사다. 회사의 근간은 기술인데 일부 회사는 기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런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오늘날 실질적인 공사는 대부분 이른바 협력업체라 하는 전문업체가 단계별 공사를 본인들의 전문성에 맞춰 수행하는 것이고, 이러한 협력업체를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 건설사다.

이러한 형태로 건설 현장을 담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대형 건설사 역할을 경영적인 차원으로만 볼 수 있다. 어떻게 수주하고 마케팅하며 원가절감을 하느냐가 더 관심일 수 있고,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잘 처리하는 것이 대형 건설사 대표의 역할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건설사 대표가 재벌기업 제조 기반 계열회사의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는 차원에서 제조사와 건설사가 같은 맥락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조사와 건설사는 태생부터 차이가 있다. 제조사는 상품을 개발하고 그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회사 이익을 극대화한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중간중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건설사는 하나의 상품을 위해 하나의 설계를 실시하고, 유일한 조건의 현장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을 만들어 일반대중의 삶에 전달한다.

제조업과 건설업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출발과 중간 제품 생산, 판매에서 완벽하게 차이가 난다. 건설은 유일한 하나의 제품을 기획·설계·제작·유지관리하게 되는 산업으로, 모든 기술을 집약해서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산업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는 회사 내에서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과 달리 건설사는 현장에서 급하게 문제를 접하고 그 문제를 바로 해결해야 하는 것도 큰 차이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대표가 건설사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성장한 대표가 과연 건설사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붕괴사건이 발생한 건설사는 회사의 방향을 건설사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경영 효율을 중심으로 수년간 개편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방향 설정이 사고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임윤묵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yunmoo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