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주형 회사 전환 속도낸다...올해 케이뱅크·밀리의서재 IPO 추진

구현모 KT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KT가 지주형 회사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한다. 미디어·금융 등 각 자회사의 개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신사업 분야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의도다.

구현모 KT 대표는 31일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 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구조 조정 등을 통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에 관심이 있다”며 “지난해 콘텐츠는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묶어냈고, 금융은 BC카드 중심으로 그 아래 케이뱅크 구조를 갖추는 등 일부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KT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본다”며 “KT 개별 자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지주형으로 전환되면 주가가 앞으로도 충분히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가 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형회사를 언급한 것은 KT가 직접 모든 자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이 아닌 미디어·금융 등 각 분야의 중심 회사 하에 관련 자회사를 배치하는 수직계열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케이뱅크 등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기업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분 구조 변경이 아닌 사업구조 조정 등을 통해 회사와 그룹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고민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기업공개(IPO) 관련 계획도 밝혔다. 구 대표는 “올해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등을 IPO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BC카드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박종욱 KT 각자대표는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박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이로써 대표이사급이 맡던 KT 안전보건총괄 자리도 당분간 공석이 된다. 기존에 맡던 경영기획부문장 자리는 유지한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박 대표의 재선임을 두고 내·외부에서 비판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기소된 뒤 약식명령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KT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 그룹 시너지 강화 및 국내외 그룹사 육성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경림 KT 사장은 사내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KT는 이날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환원 방법을 다양화했다. 기존에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금전과 주식으로 한정했지만 '기타의 재산'을 추가해 향후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KT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떼내 현물출자 방식으로 KT클라우드를 설립하는 가운데,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KT는 또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부수업무'를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