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우주선이 인간을 우주공간으로 보낸 이후 인류는 꾸준히 우주로 향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많은 시도를 해 왔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성이 우주공간에 떠 있고, 달 궤도에서 주인 없는 인공 우주 물체가 추락할 정도로 인류는 꾸준히 우주로 향하고 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위성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우주를 관찰하는 기술도 이제는 수십억 광년의 거리에 있는 공간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다.
바야흐로 우주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2022년 6월 누리호의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 20여년의 여정을 되돌아볼 때 성공적인 발사와 궤도 안착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번 발사가 성공하는 가슴 벅찬 순간을 상상한다.
이런 성공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을까?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과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인 요소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근원은 수학과 과학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수학이 인류 문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주시대에는 우주 궤도 계산과 우주 공간 관찰을 위해 필수적인 학문이다.
수학에 근간을 두고 기본이론이 정립된 지 150년이 지난 전파이론은 우주 탐사를 비롯해 통신기기와 레이더 등 첨단 전자 장비 설계에 필수적이며, 고도의 학문적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한 응용기술이라 하기에는 그 이론적 뿌리가 깊고, 양자통신 등 미래 기술까지도 관통하는 공학기술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대체불가토큰(NFT)에 빗대어 표현하면 수학과 전파기술은 또 다른 NFT, 즉 '대체불가기술'(Non-Functable Technology)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디지털 원본에 수학적 암호를 적용해서 고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대체불가토큰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유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NFT, 대체불가기술인 수학과 전파기술도 그 기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다른 기술로는 대체될 수 없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미래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대체불가기술을 인식하고 관련 교육과 산업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공학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체불가기술 기반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쉬운 수학'이 강조돼 기하와 벡터 과목은 우등생만 선택하는 과목이 됐다. 심지어 교과 과정에서 개설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흥미가 있어도 등급이 나오기 어려운 과목을 피하게 하는 입시제도의 영향도 부인할 수 없다.
대학에서도 전자기학, 전파공학과 같이 어렵지만 전파 엔지니어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목은 유행과 응용 위주의 교과목에 밀려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관련 과목을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관련 인력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마디로 전파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저변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타깝지만 우리의 전파 기술 경쟁력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이 급변하는 기술적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기술의 기저에 흐르는 대체불가기술을 구별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관심과 교육,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특히 전파기술은 5G, 6G통신뿐만 아니라 우주시대에 필수적인 대체불가기술로서 이론과 실습이 필수적인 학문 특성상 연구인재 확보를 위한 대학연구실 지원, 엔지니어 저변 확대를 위한 대학교육과정 지원, 첨단 응용 실무교육 지원 등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기술 재교육 등과 같이 단편적인 지원은 그동안에도 있었으나 우리나라 전파 산업의 기술리더십을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전파 기술의 관점에서 교육 체계화와 저변 확대에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 시작해도 글로벌 무한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많이 늦어 보인다.
박영철 한국외대 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기획상임이사) ycpar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