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부 소도시인 부차에서 민간인 학살을 벌였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가운데, 또 다른 마을 모티진에서도 이장 일가족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4일(현지 시각) CBS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키이우 서쪽 마을 모티진 숲속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이 중 3구는 마을 이장인 올하 수첸코(51)와 남편 이고르, 아들 알렉산더 등 이장 가족이다.
이리나 베레쉬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지난달 23일 이장 가족이 러시아군에 의해 포로로 납치돼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납치된 지 약 2주만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가족 외 다른 시신은 우크라이나 보안군 소속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이장 가족을 고문하고 살해했다”며 “정령군들은 수첸코 가족이 우크라이나군에 협력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우크라이나 포대 위치를 말하라고 요구하며 고문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시신을 숲 가장자리에 반쯤 묻고 손과 얼굴 등은 흙 사이로 알아볼 수 있게 남겨두며 이들을 전시했다. 시장의 시신은 팔과 손가락이 부러져 있었다. 죽기 전 고문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시신을 목격한 이들이 증언했다.
전날에는 멀지 않은 또 다른 마을의 한 건물 지하에서 5구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한때는 지역 어린이 문화센터로 쓰였던 건물이었다. 바닥에서 발견된 이들은 민간인 복장 차림의 남성들로, 머리 또는 가슴에 총을 맞았다.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었다. 우크라 측은 이들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인질로 잡혀 처형됐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시신을 옮기던 자원봉사자 블라드씨는 BBC에 "그들이 총에 맞는 소리를 들었다"며 "우리가 살아있는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한 남성이 물을 얻으러 거리로 나온 아내를 부르자 총성이 들렸다고 회고했다. 남편과 아내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됐다.
부차 곳곳에서 집단 무덤에 대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BBC는 한때 평화로웠던 이 도시에 대량 학살의 증거가 시간 단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부차 시민 최소 3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전히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이 많아 민간인 집단 학살이라는 비극은 부차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러시아는 이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 시각) 부차의 야블론스카 스트리트에서 최근 촬영된 동영상과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 약 3주 전부터 민간인 시신이 부차 지역에 방치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시신을 조작했다는 주장과 달리 위성 사진과 고문당한 시신 등 민간인 학살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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