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성공 이후 한국 콘텐츠가 연일 인기다. K-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눈에 보이는 경제효과를 달성하자 방송콘텐츠를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은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에서 76%를 차지하며 매년 7%대 성장세를 유지하는 고성장 산업이다. 사람 중심의 창작물인 만큼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방송산업 연평균 취업자 수 누적 성장률은 4.7%에 달해 일자리 증가폭도 높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산업은 전문 장르를 운영하며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 신규 시장 창출이 용이하다.
방송영상산업이 K-드라마, K-예능 핵심 주체로서 높은 성장세를 견인함에도 내수 시장의 한계와 여전히 낮은 수신료로 말미암은 상생환경 미흡으로 향후 성장에는 한계가 예견된다. 미래지향적 방송산업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새 정부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미디어 전문 컨트롤타워와 PP 전담 부서가 시급하다. 현재 방송영상콘텐츠 관련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3개 부처에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콘텐츠산업진흥법, 문화예술진흥법, 방송법, 지식재산기본법 등으로 분산돼 있다. 규제·진흥 정책이 산재해 있으면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중장기 진흥계획 수립이 어렵다.
나아가 방송산업의 뿌리인 PP 전담 부서를 신설해서 중장기 진흥계획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 그동안 PP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었기 때문에 PP 진흥책도 나오기 어려웠다. 전체 방송산업에서 PP가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했을 때 PP산업이 휘청이면 산업 자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미래 성장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조세 혜택으로 제작 투자를 확대하자. 방송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정보기술(IT)·제조업 등 타 산업 분야 대비 세제 감면이나 공제 혜택과 같은 투자 유인책은 미미하다. 현재 국내 영상제작비 세액공제율은 3~10% 수준이다.
미국 25~35%, 프랑스 30%, 호주 16~40%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콘텐츠 제작 투자를 위해 세액공제율을 10~20%까지 늘리고, 점진적으로 선진국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웰메이드 콘텐츠로 한정하는 세제 지원 범위를 확대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탄생 계기가 되길 바란다.
셋째 광고 금지 품목을 완화하고 디지털·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자. 현행 방송광고 관련 법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온라인과 TV 방송이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유튜브는 되는데 표현 수위 등으로 PP는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유료방송 광고는 현재 광고시간, 중간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촘촘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방송광고 유형을 단순화하고 예외적 금지 이외에는 모든 유형의 광고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코로나19 상황으로 위축된 TV 광고시장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방송 광고금지 품목도 온라인 광고 수준으로 완화해 역차별을 해소, 침체된 방송광고 시장에 숨통을 불어넣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제값 받기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 주기를 희망한다. 건강한 방송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정한 콘텐츠 사용료 지급은 필수다. 현재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제외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월 9.2달러 수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고착화된 저가 수신료 구조로는 정상적인 콘텐츠 재투자가 어려워서 지속 가능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담보할 수 없다. OTT 급성장으로 고비용 콘텐츠에만 의존하는 제작 구조가 고착화하면 거액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PP의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유료방송상품 가격을 설정하고,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주길 바란다.
이와 함께 시장 내 특정 사업자에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사업자 간 균형 성장을 위한 시장 감시 기능도 필요하다. 사업자 간 협상력 차이가 분명한 만큼 거래 관계에서 비대칭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기관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수로 요구된다. 모든 PP 사업자가 투명하고 공정한 콘텐츠 사용료를 배분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을 바란다.
강신웅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 kangsw@tcast.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