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 중소기업계가 경영위기를 호소하고 나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단가가 올랐지만 납품 가격에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등이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아 중소기업 애로가 가중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중기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포함한 18개 단체가 참여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최근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중소기업 긴급 실태조사' 결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받는 중소기업이 4.6%에 그쳤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은 공급원가 중 원자재비가 58.6%에 달해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납품단가간 관계는 미미했다. 납품 단가를 일부 반영한다는 응답이 46.2%,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2%나 됐다.
중소기업들은 향후 원자재값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생산량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 폐쇄(9.6%)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악순환이 불가피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발표했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대원씨엠씨 대표)은 “건설사와 계약기간은 1~3년인데, 창호·커튼월 프레임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2배가량 폭등해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국민레미콘 대표)은 “시멘트와 골재 등 재료비, 유류비, 운반비 모두 급격히 올라 중소레미콘 업계는 구매 건설사 사이에 끼여 최악의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시멘트 대기업은 유연탄가 상승을 이유로 19% 추가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는 이달 안에 납품단가가 인상되지 않으면 생산을 축소하고, 수도권 지역부터 공급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며 “납품단가 문제는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새 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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