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글로비스가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와 최대 15년 장기계약을 맺고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을 시작한다. 자동차선 운송 중심의 해운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동시에 가스 운송 노하우를 확보해 향후 수소 공급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우드사이드와 LNG 장기운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우드사이드와 계약한 최초 아시아 선사다. 우드사이드는 1954년 설립 후 LNG·원유 생산, 시추 탐사 등 자원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이다. 세계 LNG 공급량 약 5%를 차지하는 호주 최대 LNG 생산 기업이다.
LNG는 탈탄소시대를 맞아 석탄 같은 기존 화석연료와 수소·재생에너지 사이를 잇는 중간 단계 연료로 떠오르며 글로벌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우드사이드와 계약 수행을 위해 선박을 신조한다. 배가 인도되는 2024년 하반기부터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기본 10년에 연장(5년) 옵션이 추가된 최대 15년이다. 업계는 현대글로비스가 진입장벽이 높은 가스운송 시장에서 안정적인 장기 사업 파트너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가파른 성장세의 LNG 운송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자동차 운반 중심 해운사업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자동차선 사업을 하며 쌓은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가스 운반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현대글로비스는 다가올 수소 운송 시대를 대비해 글로벌 기업과 가스운송 노하우를 축적하고 수소 공급망 패권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드사이드와는 향후 수소 해상운송까지 모색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는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컨소시엄인 하이넷(Hynet·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해외 수소공급업체로서 유일하게 출자한 회사다. 향후 국내 수소 도입 시 1순위 공급망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LNG선 계약을 통해 초저온 가스 화물의 선박관리 역량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계약한 세계 3위권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와도 2024년부터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서는 등 수소 공급망 선제 구축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선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자동차선 시장을 넘어 가스 해상운송 영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