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경쟁의 판과 룰, 우리가 만든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경쟁사가 우리를 카피한다는 것은 상대방 움직임의 불확실성은 줄고 우리가 만든 익숙한 전투장에서 경쟁함을 뜻한다. 경쟁의 판과 룰을 우리가 만들어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이기는 전략이다.”

국내 카드 산업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경쟁사마저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시장 전체를 혁신하고 있다.

2017년 6월 신용카드 상식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현대카드가 세계 처음으로 '세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70년 신용카드 역사에 남을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실제로 신용카드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이래 신용카드는 항상 '가로' 형태였고, 누구도 그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국민 7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 모두가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긴 화면에 익숙하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더는 신용카드를 '긁지' 않고 '꽂아' 결제하는 상황에 현대카드는 신용카드를 90도 돌렸고,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긴 '세로 카드'가 탄생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세로 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정태영 부회장의 '혁신적 시도'를 '별난 행동'으로 치부하던 다른 카드사들도 현대카드의 뒤를 따랐다. 실제로 신용카드 전문 매체 카드고릴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카드 10장 중 7장은 세로형 카드였다.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도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PLCC를 2010년대 초반부터 기반을 다졌다. PLCC가 미래 비즈니스 한 축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5월 이마트e카드를 시작으로 현대차와 기아, 코스트코, 대한항공, GS칼텍스,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네이버, 넥슨 등 각 업계 챔피언 기업과 PLCC를 만들었다. 이후 다른 카드사도 PLCC를 선보였지만, 단순 흉내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8월까지 국내 전업 신용카드사가 발급한 PLCC 가운데 88.5%가 현대카드로 확인됐다. 또 발급매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상위 10위권 카드 가운데 8위를 제외한 모든 카드가 현대카드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PLCC를 갓 시작할 때만 해도 '돈 안 되는 사업 한다'며 혀를 차던 카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PLCC에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카드가 PLCC를 통해 또 한 번 국내 신용카드 비즈니스의 새 장을 열었다는 데 대해 경쟁사들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