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발전 막는 PBS·블라인드채용...개선 이뤄질까

출연금 줄어 운영·인건비 마련 급급…소형과제 선호
지원자 배경 알 수 없어 직무와 미스매치 사례 속출
NST, 출연금 비중 60%로 상향 등 인수위에 건의
과기교육분과, 국정과제 반영 방안 검토 예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그동안 발전에 장애가 된 재정·인사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국가 연구개발(R&D) 핵심 역할을 하는 출연연이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데 새 정부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출연연 연구현장에서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와 블라인드채용 개선을 바라고 있다. 각기 재정과 인사와 관련돼 있다. 이들은 기관 운영 핵심 요소로, 연구현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출연연 발전 막는 PBS·블라인드채용...개선 이뤄질까

먼저 PBS는 연구관리 체계 전반을 프로젝트 단위 중심 경쟁체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출연연 기관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내부 경쟁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1996년 전 출연연에 도입됐다.

이 때문에 출연연이라는 이름과 달리 정작 출연금 비중이 극히 적은 기관도 생기게 됐다. 올해 사업계획 기준으로 25개 출연연 전체 출연금 비율은 40.3%다. 출연금 비중이 가장 적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5.8%에 불과하다. 재원 절반 이상을 과제로 조달하는 기관은 10곳이 넘는다.

현재 다양한 제도적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출연연은 기관 고유 임무와 창의적인 연구보다는 운영비·인건비 확보에 유리한 쉽고 작은 과제 수급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단기성, 파편화된 소형 과제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의 '출연연 연구몰입환경조성 및 자율혁신방안 설문조사'에서도 PBS가 주된 연구몰입 저해 요인(48%)으로 지목됐다.

그동안 각 정부에서 PBS 개선을 약속하거나 준비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현 정부에서도 기관별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하고, 관련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이에 맞춰 출연금을 올려주는 안을 추진했으나, 그 결과는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

블라인드채용 역시 PBS와 마찬가지로 기관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여겨진다. 블라인드채용은 출신 학교 등을 가린채 채용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학력에 대한 편견, 불합리한 차별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2017년부터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출연연에 적용되고 있는데, 연구 현장에서는 지원자 학문 배경을 알지 못하는 탓에 전공과 필요직무 간 미스매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채용 심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급기야 지난 2020년에는 보안 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미 채용 합격시킨 중국 국적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블라인드 채용이 사태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25개 과기 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이들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남기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이 NST를 방문해 관련 논의를 가졌다. 당시 NST는 PBS, 블라인드채용 제도 개선이 국가 전략기술 확보에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PBS에 대해서는 현행 40%인 출연금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려야 현재 연구현장의 단점 해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새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를 경청하고 뜻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이날 제안된 의견들을 국정과제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 NST 관계자는 “이미 인수위에서 PBS, 블라인드채용 관련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우리 역시 다양한 개선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며 “새정부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와 출연연이 더욱 효율적으로 연구에 임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