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여전하다. 의학과 약학 기술 발전에도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방역 조치를 통해 인간이 대응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을 통해 역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으면 우리는 코로나19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가 만들어 낸 인적·물적 피해는 전쟁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서 지역사회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역의 문화·사회·경제, 어찌 보면 모든 것을 황폐시키고 있다.
미디어산업 역시 코로나19와 더불어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산업이 재구성되고 있다. 실외에서 할 수 있는 레저 시간 감소에 따른 미디어 소비 수요의 증가는 미디어 산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진출과 맞물리면서 국내 사업자 역시 변화에 대응하라는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지역 미디어 환경은 더 빠르게 황폐해지고 있다.
지역 미디어 산업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다시 말해 지역 채널을 운영하는 미디어 사업자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지역 미디어 기준은 무엇일까. 지역 자치와 복지 융합을 통한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돼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기준은 지역주민, 공간, 변화하는 시대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준에 맞춰 지역사회 회복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지역 미디어, 특히 지역 유료방송 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방송과 미디어 환경은 변화했고 지역의 생존 조건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미디어 사업자 역시 변화해야 한다.
다행히 지역 케이블TV 사업자를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업자는 지난해 6월부터 지역 축제 및 행사와 연계된 지역 채널 커머스 방송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 축제와 행사 취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에게 지역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커머스 방송 및 온라인 시장 진출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상시적인 것은 아니고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익적 성격의 라이브 커머스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케이블TV 사업자의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사업자 자율 규제로 지역 커머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채널을 이용한 커머스 방송은 다른 커머스와 차별성이 있다. 먼저 기존 TV홈쇼핑에 진출이 어려운 지역 농가나 상인, 영세기업 등에서 생산한 상품을 판매한다. 기존 TV홈쇼핑 사업자가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다. 코로나19로 취소되거나 축소된 축제·행사와 연계해 하루 3시간만 방송하고 있어 타 영역의 침해 없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미디어 허브 구실을 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지역 채널 커머스를 통한 생산 유발액은 연간 4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단위의 지역에 돌아가는 경제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특히 황금시대가 아니고 제한된 시간에 방송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의 물류·금융·ICT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장을 이끌고 있다. 거기에 취업 유발효과 역시 매우 크다. 1년을 연속적으로 운영하면 직간접적 취업 유발 효과도 200여명으로 추정된다.
지역 채널 커머스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사업 지속성을 위한 여건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 소매 상품의 판매 확대에 적합한 상품 개발과 자금·인력·기술·노하우를 지역주민과 함께 개발해야 하며, 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권역별로도 지역 채널 커머스를 촉진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며, 플랫폼과 결제 및 배송 시스템 같은 거래 환경 구축에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투자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채널 커머스가 국내 축제 활성화에 충실한 보완재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축제 예산을 일부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 거기에 지역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역 채널 커머스와 연동되는 앱, 쇼핑몰, 결제 시스템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서비스 지속성을 위해 지역 채널 커머스 방송의 정례화도 필요하다. 그 대신 미디어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부여하고, 정부가 모니터링해서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료방송 역할의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ssu.ac.kr
<필자>김용희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에서 연구와 기고를 많이 하는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TF 활동을 하면서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