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내각 인선 갈등 촉발...합당도 흔들

安 위원장, 공식일정 전면 취소
尹 측 "끝까지 책임 다해줄것 기대"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논의도
선언 앞둔 상태서 진전 없이 중단

새 정부 내각 인선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회 위원장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났다. 1차에 이어 2차 인선에서도 안철수계 인물들이 제외되면서 안 위원장이 공식일정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협상이 완료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도 결론을 못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인수위사진기자단]

안 위원장이 14일 공식일정을 취소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소방본부 소방정책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인수위에 불참을 통보했다. 안 위원장은 13일 윤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과 함께하기로 했던 도시락 만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상 안철수계를 패싱한 이번 인선에 대한 항의를 표시한 셈이다.

인수위와 당선인 측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통의동 브리핑에서 “인선 문제 여러 제기가 있는데, 공동정부는 5년의 시간이 있고, 인수위는 한달도 남지 않았다. 5년을 위해 농축되고 중요한 시간이다”라며 “안 위원장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해줄 것이란 기대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권은 공동정부 기조가 흔들렸다는 평가다. 인수위 초기에는 안 위원장 추천 인물들이 다수 합류하면서 공동정부 기대감을 키웠지만, 정작 내각 인선에선 단 한명의 안철수계 인물이 지명되지 않은 점은 온도차가 크다는 시각이다. 당선인 측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차기정부 5년의 시간 동안 추후 인선을 통한 공동정부 실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첫 단추부터 틀어진 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이번 인선과 관련 “인사문제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친다”면서 “국정 공동운영이라는 원칙만 고수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어 “국정을 담당하는 자리를 선정할 때 안 위원장과의 통합이라는 정신을 항상 생각하겠다”고도 했다.

인선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합당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양당의 합당은 사실상 모든 내부 논의를 마치고 선언만 앞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1일 안 위원장 측근인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것을 기점으로 더 이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의 중도 사퇴와 함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무산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11일 전부터 양당 합당에 대한 모든 철차는 마무리됐고 선언만 남겨두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내각 인선 상황을 보면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안 위원장과 국민의당 모두 외면받고 있어 공동정부 구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