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 달탐사도 러와 결별…푸틴 "소련때도 해냈다" 자신

러시아의 루나-25 착륙선 이미지. 사진=러시아 항공우주기업 NPO 라보츠킨.
러시아의 루나-25 착륙선 이미지. 사진=러시아 항공우주기업 NPO 라보츠킨.

유럽우주국(ESA)이 화성탐사에 이어 달 탐사 부문에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한다.

13일(현지 시간)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ESA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와 달 탐사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화성에 탐사 로버를 보내는 ‘엑소마스(ExoMars)’ 미션을 중단한 뒤 한달도 되지 않아 달 탐사에서도 결별한 것이다.

ES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라 내려진 제재로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 계획된 달 탐사를 협력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러시아와 달 탐사 로버 ‘루나 시리즈(Lunar-25 ·26·27)’ 개발을 멈췄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의 효력은 발표 즉시 발효된다. 일례로 ESA는 연말 발사될 예정인 러시아의 루나-25 착륙선에서 ‘실험적 항법 카메라(Pilot-D)’를 제거하고 이를 보관해달라고 러시아에 요청했다.

ESA는 달 탐사 관련 기술을 다른 방법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상업적 달 지표면 굴착과 분석 시스템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개발될 예정이며, 정밀 파일럿 착륙 시스템을 구축할 협력 상대를 현재 물색 중이다. 루나-25 외에도 후속 달 탐사 임무인 루나 26, 27에서도 손을 뗀다.

요제프 아쉬바허 ESA 국장은 “내년까지 달 탐사 동력은 충분하다”며 “2024년부터는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옵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국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우리 우주선에서 그들의 장치를 제거할 것이다.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스트루고베츠 로스코스모스 대변인도 텔레그램에서 “ESA에 개발해 루나-25와 루나-27에 탑재하려던 장치는 우리가 대체품을 제작할 수 있다”며 “협력 중단은 러시아의 달 탐사 임무 추진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러시아는 연말 달 탐사 계획을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을 한 지 61년째 되는 날을 맞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루나-25호 계획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소련이 우주개척에서 이룬 성취를 언급하며 “우리를 방해하려는 외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속해서 끈질기게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계속된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달 탐사 계획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