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SW 혁신성장 가로막는 '저가 입찰'

ITS 품질 저하 불가피…SW기업 도산 사례 나와
국방분야 단순 물품 구매서 첨단 ICT로 확산
전면협상 입찰로 전환…저품질 제품 공급 막아야

[뉴스줌인]SW 혁신성장 가로막는 '저가 입찰'
[뉴스줌인]SW 혁신성장 가로막는 '저가 입찰'

지능형교통체계(ITS)와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는 스마트교통을 위한 인프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사업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ITS·C-ITS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교통 관련 소프트웨어(SW) 기업은 ITS·C-ITS 사업의 저가 입찰이 지속되면 지능형 교통체계 품질 저하는 물론 SW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첨단 SW가 사용되는 ITS·C-ITS 사업이 단순한 장비구매 사업이 아닌 만큼 협상에 의한 입찰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단계 최저가 입찰 확산

2단계 최저가는 국방 분야에서 주로 사용됐다. IP텔레포니 등 기능이 단순한 물품 구매 때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사용된다. 인공지능(AI),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다. 몇 년 전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철도통합망(LTE-R) 사업을 2단계 최저가 입찰로 발주, 논란이 됐다. LTE-R에는 롱텀에벌루션(LTE) 무선통신을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통신 분야를 넘어 ICT·C-ICS 분야까지 2단계 최저가가 확산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격 심사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 등에 세세한 기준이 있을 정도로 분야마다 차이가 있다. ITS·C-ICT 사업에서는 서류를 통해 재정 등 기본 사업수행 역량으로 업체를 선별한 후 최저가 제안 업체를 선정한다.

◇전문 SW 기업 수익 확보 어려워

ITS·C-ITS 장비 제조구매·설치 사업이 저가 입찰로 발주되면 영상판독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연계 미들웨어, 테스트용 디지털트윈 SW 등을 공급하는 전문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ITS·C-ITS 사업에서는 SW를 RFP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비 공급사는 제안 때 SW를 추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무료 공급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 입찰로 수주를 하더라도 SW 기업이 수익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영상 AI 전문업체 관계자는 “건설이나 도로 관련 사업을 발주하는 곳은 SW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업을 하면 할수록 어려움이 커져서 B사나 K사 등 교통 전문 SW 기업이 도산하는 사례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첨단 SW가 사용되는 ITS와 C-ITS 사업은 전면 협상에 의한 방식으로 입찰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에 의한 방식은 가격 경쟁을 방지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기술 협상을 통해 저품질 제품이 공급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소규모 사업뿐만 아니라 중대형 사업의 장비 제조구매/설치 사업도 반드시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가 발주 원인이 부족한 예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철기 아주대 교수는 “수년 전 관련 기업이 ITS 사업에 대한 품셈을 만들었는데 정부가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어 제대로 된 예산을 받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ITS 사업 자체가 중소 전문 SW 기업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업체만 살아남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