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자존심' 모스크바호 침몰...러 "화재" vs 우크라 "격침"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 사진=AFP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 사진=AFP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자존심'이라는 평가를 받던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Moskva)'호가 폭발로 인해 침몰했다고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호가 목적지 항구로 예인되던 중 탄약 폭발 후 화재로 인한 선체 손상 때문에 균형을 잃고 태풍 속에서 침몰했다”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 미사일이 이 배를 격침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자국군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이 모스크바호에 명중해 큰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이 모스크바호에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넵튠은 우크라이나군이 옛 소련의 KH-35 순항 미사일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이다.

화염에 휩싸인 모스크바호. 사진=AFP 유튜브 캡처
화염에 휩싸인 모스크바호. 사진=AFP 유튜브 캡처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25일 아조우 해 연안의 베르단스크 인근에서 러시아 해군의 대형 상륙함 '사라토프(Saratov)'를 미사일로 파괴해 침몰시킨 바 있다. 모스크바함이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맞았다면, 두번째로 크게 파손된 러시아 전함이 된다.

이에 미국은 모스크바함의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미 군사 전문가들은 모스크바함의 화재 원인이 무엇이든지 이 전함의 심각한 피해 상황은 러시아 해군의 사기와 국가적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칼 슈스터 전 미 해군 장교는 “러시아 해군에게 이 기함의 피해는 러시아의 유일한 항모인 쿠츠네초프나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잃는 것 다음으로, 사기와 명성에 큰 타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모스크바함은 1980년대 초부터 임무를 시작한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으로, 지역 내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모스크바함은 길이 186m, 배수량 1만1500t의 미사일 순양함으로 승조원이 500명 이상 탑승할 수 있으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16기와 대공 미사일, 어뢰, 포, 근접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갖추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