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 원전산업 육성과 함께 수출도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지 5년 만의 원상 복귀다.
5년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원전이다. 시간을 거슬러 5년 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의지는 대단했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지만 탈원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들은 원자력계 떼쓰기 정도로 치부됐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은 절대 없다”라는 단언이 대표적이다.
여러 에너지 관련 단체와 언론은 정부와 탈원전 전기요금 상관관계를 놓고 시비를 가려야 했다. 전기요금을 관할하는 담당과 조차도 탈원전과 전기요금은 연관성이 없다고 강변했다. “이번 정부 내에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어쩌실 거냐”라는 엄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이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어도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는 자세로 보였다.
지금 탈원전은 전략과 실천이 없었던 말뿐인 선언적 정책이 됐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직접 원전을 주력 전원이라 했으니 논란의 여지는 없다.
탈원전 방향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원전은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 압도적으로 효율성이 뛰어지만, 반면에 마무리가 되지 않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모든 국가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기술이 없어 무기한 저장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계 역시 지금의 원전을 두고 거쳐 가는 징검다리 에너지임을 인정하고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 누군가는 탈원전 이슈를 던져야 함은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탈원전은 방식이 좋지 않았다. 실천보다 말이 앞서다 보니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 탈원전을 굳이 공언할 이유가 없었다. 원자력 산업인의 40년간 노고를 위로했어야 할 고리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원전을 선포한 것도 과했다. 공언이 없어도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로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며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등 국가 에너지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면 될 일이었다.
그래도 '탈원전을 공식 어젠다로 꺼낸 첫 정부'라는 타이틀은 얻었으니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두가 불편해한 사안을 꺼냈다는 점만큼은 분명 크게 평가받을 일이다. 다만, 탈원전과 함께 전기요금,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다른 불편 이슈도 함께 거론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탈원전처럼 원전 육성 정책 역시 전기요금과 사용후핵연료의 이슈를 함께 거론해야 한다. 신규 건설까지 생각한다면 부지 선정과 지역반발의 가능성도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 추진이라는 목표에만 빠져 다른 불편 이슈를 덮고 간다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처럼 속도 조절에 실패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탄소중립과 함께 전기요금 안정을 위해서라도 원전산업을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 육성이 전기요금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 전력시장에는 탈원전 이외에도 발전소 기동 비용, 운영 대기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다양한 비용 변수가 산적해 있다. 영구 정지 원전 해체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처리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비용과 사회적 갈등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원전산업 육성 역시 작용과 반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방식의 원전은 영원할 수 없다. 다수의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가 임박해 있다. 원전 가동을 정상화 하려 해도 사용후핵연료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한부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새 정부 역시 원전산업 육성과 함께 새로운 방식의 탈원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못 본 척 애써 외면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 정부 탈원전 정책 실수가 새 정부 원전 육성 정책에선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