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가 인력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사람인이 기업 38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2%가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사람이 없어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중소·중견기업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65%, 중견기업은 64.4%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41.7%로 약 23%포인트(p) 낮았다.
최근 대기업이 고액의 연봉을 앞세워 인력 확보 전쟁에 가세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고충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과도한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50%, 복수응답)이 고용 어려움의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
채용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결국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중심 경제 역시 '파괴적 혁신'을 어렵게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인력난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 IT 업계의 채용난은 그만큼 인력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최근 반도체·배터리 기업이 앞다퉈 대학에 계약학과를 만드는 것도 인력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이마저도 학과 정원 제한이라는 낡은 교육정책에 묶여 '코끼리 비스킷'에 그치는 형국이다.
한국 대학은 여전히 '상아탑 프레임'에 갇혀 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지 직업인 양성소가 아니라는 낡은 프레임이다. 이러다 보니 산업계와 동떨어진 학과 정원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영국 등의 선진 대학이 산업계 수요에 맞춰 수시로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제 산·학 연계에서 더 큰 연구 성과가 나오는 시대다. 인력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대학 혁신을 늦출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