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케미컬이 내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전해액 생산량을 현재 대비 두 배로 늘린다. 소재 전문업체 도카이카본은 유럽에 배터리 음극재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일본 소재 기업들이 '탈(脫) 중국'에 나선 미국·유럽 배터리 시장을 겨냥, 생산체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쓰비시 케미컬이 2023년까지 미국 전해액 공장 생산능력을 3만4000톤으로 늘린다고 보도했다. 기존 대비 갑절 많은 규모로 전기차 85만대분이다. 2만6000톤 수준인 일본 내 생산량을 웃돈다. 영국 공장에서도 생산량을 갑절 많은 연 2만톤으로 확대한다.
닛케이는 일본 소재 기업이 미국·유럽 '탈 중국' 정책을 기회로 보고 해외 거점 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최근 서방국가들이 자국 산업 진흥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LG화학을 비롯한 비(非) 중국계 기업이 속속 신공장 건립에 나서기 때문이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시장에 새로운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음극재 전문업체 도카이카본은 2030년까지 유럽에 연 3만톤 규모 생산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단순계산으로 1년에 전기차 60만대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도카이카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다. 탄소중립 정책을 확산 중인 유럽 전기차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진기지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스미토모 금속광산(SMM)은 오는 2030년까지 총 생산량을 현재 대비 3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생산했지만 미국 등에 신규 생산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세계 분리막 시장 2위인 아사히카세이도 미국·유럽으로 발을 넓힌다. 지난 2015년 인수한 미국 폴리포아 현지 생산라인과 유럽 거점을 확충할 계획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소재는 현재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어 가격 경쟁력과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중국 배터리 기업 문화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쥐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기준 유럽과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각각 40%, 3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중국 소재 기업 대상 투자 사례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 소재 기업이 점유율을 한층 높일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전기차 배터리 소재기업의 해외거점 전략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