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음악산업 성장 위해 '저작권 투자' 생태계 주목해야

김선영 홍익대 교수
김선영 홍익대 교수

음악은 곡마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저작권 주인(권리자)이 있다. 음악의 주인에는 저작재산권자·인접권자·실연권자가 포함되며, 수익화된 저작권은 다시 음악 산업 발전에 시드(Seed)가 되고 문화계 성장에 초석이 된다.

문제는 이 저작권료 수혜자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음악계는 소수만이 누리는 철저한 극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고가 아니면 배고플 수밖에 없는 이러한 시장 구조는 음악의 산업적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여기에 더해 앨범 판매를 주 수입으로 하던 시절과 달리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및 유튜브 등 소셜 서비스들이 급성장하면서 음악 시장은 또 한 번의 격변기를 맞았다. 디지털로 노래를 즐기면서 전체 시장 자체는 커졌으나 정작 아티스트는 오히려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스트리밍 구조상 이용자가 지불하는 비용 가운데 단 15%만이 작곡, 작사, 편곡, 노래, 연주 등 음악 권리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더욱이 최상위급 인기곡이 아닌 경우 이마저도 누리기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안정된 직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 시장에서도 푸대접을 받아 왔다. 아티스트들의 가장 큰 자산이 저작권이지만 이마저도 제1금융권에서는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목돈을 만져 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과거 유명 그룹으로 활동한 한 뮤지션은 “방송 출연이 뜸해지고 수입이 떨어져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집에만 머물면서 친구가 사 오는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를 버텼다”고 고백해 아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같은 아티스트들의 어려움은 음악 문화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좋은 노래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희망과 달리 한 해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업계를 떠나는 이가 수없이 많다. 배가 고프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진리가 음악에서도 빗겨갈 리 없는 셈이다. 매번 같은 제작자, 같은 소속사, 같은 아티스트가 일색인 속 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은 이런 시장의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 준 대표적인 서비스 뮤직카우는 일반인 누구나 저작권 시장에 참여해서 음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 권리를 사고팔 수 있는, 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었다. 아이돌 노래부터 7080세대의 옛 노래·트로트·힙합·인디·밴드, 그리고 신인 뮤지션들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존재한다. 특히 잊힌 지 오래된 곡들이 다시금 주목받도록 하는 역할로 음악 시장에서 단비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은 단순한 투자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노래 자체가 팬덤의 구즈 역할을 하며 팬들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는가 하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수많은 곡이 창작자에게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더욱 각광받기 위해서라도 음악저작권자와 음악 저작인접권자들을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 진입 검토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걷는 길인 만큼 과정이 고될 수도 있겠으나 모쪼록 순기능을 살리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에 힘을 더할 수 있는 모델이 검토되기를 기대해 본다. 음악 업계에 만연했던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성장해 나갈 잠재력이 있음에도 그 힘이 발산되지 못한다면 한류를 견인하고 꾸준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어 가야 할 대한민국 음악 산업은 어느 순간 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김선영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sunnykhill@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