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함 격침을 기념하는 한정판 우표를 발행해 닷새만에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19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2일(현지 시간)부터 항전 메시지를 담은 한정판 우표 판매를 시작했다.
총 발행한 100만장 중 70만장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판매 중이며, 20만장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포함한 러시아군 점령 지역을 위해 남겼다. 10만장은 해외 구매자들을 위해 오는 21일부터 온라인 판매된다.
우표에는 흑해에 떠 있는 모스크바함을 향해 우크라이나 군인이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주변에는 “러시아 군함은 가서 (엿이나 먹어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욕설은 생략했으나 의미는 전달되고 있다.
이 문구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해 즈미이니 섬을 공격했을 당시 항전하다 포로로 붙잡힌 로만 흐리보우가 러시아를 향해 보낸 마지막 교신을 인용한 것이다. 러시아 군함이 투항하하지 않으면 포격하겠다고 경고했으나 흐리보우는 “러시아 군함, 엿먹어라”라고 외치며 끝까지 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흐리보우가 외친 말은 러시아를 향한 우크라인의 저항을 상징하는 표현이 돼 각종 시위에 사용되기도 했다.

항전 우표는 판매 시작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인당 16개(4장)으로 제한 판매하는 우표를 얻기 위해서는 4시간 동안 우체국 앞에 줄을 서야 간신히 구매할 수 있다. 오랜 대기 끝에 우표를 손에 쥔 빅토르 표도르비치 씨는 “이 우표는 우리의 용기와 견고함의 상징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우정 당국(우크르포쉬타)는 “5일 만에 약 50만장이 팔렸다”며 “현재 이베이(경매)에서 최저 1000달러에 판매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우표는 이고르 스멜랸스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스멜랸스키 본부장이 전쟁 초기부터 항전 우표를 고안해 총 50개의 디자인을 투표에 부쳤다. 그는 “인쇄를 마친 후 다음날 모스크바호가 격침돼 침몰하는 모습이 담기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우정본부는 우표가 매진돼도 재발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가 향후 일반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멜랸스키 본부장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준 영국에 감사하다”는 쪽지와 함께 티셔츠 한 장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전달해달라며 취재진에게 건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