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넘겼지만, 현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은 중국보다 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과 LG는 각각 중소형,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OLED 시장이 커지고 국내 기업의 발광 효율, 수명 개선을 위한 소재 기술 수준도 올라가면서 국내 패널업체와 차세대 발광 재료 협력에 나서고 있다.
◇OLED, 국내 소재 업체 두각
OLED 재료 시장에서 매출 10위권 내 국내 소재업체 4개가 포진해있다. 디스플레이 시장 조사전문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 덕산네오룩스,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업체 총매출은 4억달러에 이른다. 덕산은 작년 발광 재료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했다. 국내 소재 기업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OLED 시장 확대, 패널업체·소재업체 간 발광 재료 협력 확대 때문이다. 패널 크기가 커질수록 OLED 출하 물량도 늘어난다. OLED 시장에서 삼성, LG는 스마트폰, TV용 OLED 패널 선두업체를 지키고 있다.
소재업체는 보통 패널업체에서 발주(PO)를 받아 재료 개발, 원천 특허(IP) 획득 후 사업화를 진행한다. 특히 OLED는 발광 재료 변화에 따라 발광 효율이 올라가고 수명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 소재 업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대표는 “국내 기업은 삼성과 LG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OLED 공통층 시장 진입 후 공급 실적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OLED 소재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합성 기술 등 소재업체 기술 경쟁력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OLED 보폭 넓히는 소재기업
OLED 패널은 발광 물질에 전기 에너지를 가해 특정 색상의 빛을 스스로 내는 디스플레이다. 전기 주입 때 전자와 정공이 만나면서 빛이 발생한다. OLED 발광재료는 전자와 정공 이동을 돕는 공통층, 빛을 내는 발광층으로 구분된다. 공통층은 전자수송층(ETL), 전자주입층(EIL), 정공수송층(HTL), 정공주입층(HIL) 등으로 이뤄졌다. 발광층은 적색·녹색·청색을 발광하는 도판트와 빛을 내도록 전하를 수송하는 호스트로 구성된다. 국내 소재 업체는 발광 재료 필수 소재인 공통층 공급을 시작으로 발광층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통층은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완전히 대체하면서 국산화 비중은 90% 이른다. OLED 공통층 분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협력 업체로는 솔루스와 덕산이 손꼽힌다.
솔루스첨단소재는 HTL, HBL을 개발하고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스마트폰에 HBL을,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TV에 HTL를 공급하고 있다. 솔루스는 독자 개발한 HTL, HBL로 국산화에 성공, 신규 특허 IP를 획득하면서 국내 양대 패널업체에 공통층 공급에 성공했다. OLED 출하량 확대에 발광층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솔루스뿐 아니라 OLED 국내 협력사는 덕산네오룩스가 있다. 덕산네오룩스는 삼성이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폰에 HTL을 공급한 계기로 발광재료 분야 고객사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덕산은 HTL 국산화를 계기로 독자 재료 개발과 IP 확보에 나서며 해외 OLED 시장 진입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14년 적색 발광층, 2017년 녹색 발광층을 공급하면서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발광층은 미국, 일본, 유럽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2017년 매출 10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어올랐다.
LG화학과 삼성SDI는 LG, 삼성 그룹 패널 계열사에 전자재료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의 ETL은 TV OLED 패널 전자를 수송하는 데 사용된다. 삼성SDI는 발광 재료인 호스트 등 스마트폰 발광 재료공급을 담당한다. LG화학과 삼성SDI는 OLED 시장 확대에 맞춰 공급 확대를 위해 사업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LG화학은 OLED 재료 사업부를 따로 만들면서 OLED 시장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OLED 대형화로 다시 주목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관심은 OLED 시장 성장이다. OLED 시장은 중소형에서 대형 시장 중심으로 성장이 점쳐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프리미엄 TV용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졌다. OLED TV의 작년 출하량은 652만5000대로 전년 대비 80% 성장했다. 55형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 OLED 패널 침투율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OLED 소재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작년 4분기 QD디스플레이 양산을 추진하면서 대형 OLED 소재 시장 비중이 2025년까지 32%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OLED TV 패널 1대당 소재 사용량은 스마트폰 패널보다 두께 2~3배, 면적은 100배 수준이다. 이러한 OLED 구조적 차이로 중소형 OLED 소재 사용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통층에서 협력하는 국내 소재 업체의 발광층 수혜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요 과제는 OLED 소재 협력
중국 패널업체가 협력해 패널 개발을 공유하고 OLED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위협한다.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OLED 시장 공략도 강화하면서 OLED 대형화 추세에 맞춰 국내 패널업체와 소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소재업체는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제 개발과 꾸준한 연구개발(R&D)에 나서 해외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발광층 재료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솔루스는 발광층 분야에서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그린 호스트와 전하수송층(n-CGL)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광층 재료 시장으로 신규 진입을 알린 셈이다. 그린 호스트는 발광층 핵심 소재로 OLED 발광 효율을 높이고 수명 개선에 탁월한 발광 재료다.
고분자 OLED 소재인 필러도 독자 개발했다. QD 디스플레이 발광 성능을 개선하는 필러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건 처음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또 그린 QD잉크를 개발하고 있으며, 레드QD 잉크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덕산네오룩스는 레드 호스트, 프라임뿐 아니라 고분자 OLED 소재로 수년간 개발 끝에 블랙PDL을 양산 납품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에 처음 적용했다. PDL은 발광층의 적녹청 OLED 소재가 섞이지 않도록 경계선 역할을 해주는 소재다. 기존 외산 중심 고분자 재료 국산화를 이뤄내면서, 패널의 소비 전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소재 업계 관계자는 “55형 기준 대형 OLED, LCD TV 패널 가격 차이가 4배에서 2배로 줄어들고 OLED 디스플레이 침투가 본격 이뤄지기 시작했다”며 “디스플레이 패널 주류로 등극한 OLED가 대형 TV뿐 아니라 중소형 IT까지 활용처를 넓히면서 소재 업체가 긍정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