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4G 통신장비 생산을 추진한다. 인도 노이다 휴대폰 공장에 생산설비를 마련, 릴라이언스 지오와 바르티 에어텔 등 현지 통신사업자용 장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인도를 베트남과 중국에 이은 주요 제조거점으로 육성, 공급망 이슈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도 통신부에 5G·4G 통신장비를 현지에서 제조하기 위한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2.0'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PLI는 인도 정부가 자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제도다. 인도에서 생산한 제품에 한해 매출 증가분 4~6%에 해당하는 보조금과 관세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하는 휴대폰 역시 PLI 혜택을 받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해 통신장비 인도 현지 생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기존 베트남 공장 등에서 인도 고객사 수요를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감안, 현지 통신사업자와 협의 과정에서 PLI 참여로 입장 선회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4G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온 릴라이언스 지오는 인도 전역에 독립형(SA) 5G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뭄바이 등에서 5G 망 테스트를 수행했다. 삼성전자가 공급한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Massive MIMO)와 기지국, 단말(CPE) 등으로 성능 검증이 이뤄졌다.
그동안 노키아와 에릭슨 통신장비를 주로 도입한 바르티 에어텔은 공급망 다각화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릴라이언스 지오와 바르티 에어텔이 인도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각각 30%, 20%대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생산한 통신장비를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해외 투자와 생산 관련 사항을 확인해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는 인구 14억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큰 시장이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 이동통신 분야 성장 잠재력이 높아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는 핵심 시장으로 손꼽힌다. 이보다 앞서 2019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릴라이언스 지오를 소유한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 자녀 결혼식에도 초청받아 참석한 바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