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경고음' 커지는데 구체적 통계도 아직

작년 가계부채 1862조원 기록
예산정책처"20년간 年6.7% 늘어"
한은, 대출유형별 통계 없는 등
구체적 자료 없어 대응 난항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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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에 대한 국제기구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각 가구의 부채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계조차 부재한 실정이다.

2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통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1년 가계부채는 1862조원으로 2002년부터 20년간 연평균 7.6%씩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명목GDP 증가율의 5.2%를 상회한다. 부채 증가 규모가 경제 성장 속도를 초과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금을 'Aa2,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 성장과 소비의 도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작년 3분기 기준 GDP의 106.5%”라며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으로 뛰어 선진국 가운데 부채가 많은 몇몇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가계부채 규모에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소득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는 대내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부실 위험을 높이고 소비를 둔화시켜 실물경제 하방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계부채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미비한 실정이다.

가계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는 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분된다. 이중 대출에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되지만 일반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전세대출 등 대출유형별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과 연관이 있지만 각각 수요공급 요인과 위험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세부 통계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유형별 자료 제공을 위한 세부통계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공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도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유형별 증감액 자료를 공표하지만 대출 총액 자료는 제공하지 않는다.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맹점이다. 통계청과 한은,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표본조사여서 전체 부채 규모를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통계청은 '가구별 부채 심층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관련 통계 개발에 들어갔다. 가구별 부채 심층분석은 민간이 보유한 신용정보와 공공 데이터를 연계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민관 결합데이터의 가치를 입증하고, 주기적인 통계 생산을 위한 이해관계자 간의 공감대 확보도 통계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한 문제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 중 하나다.

예정처는 “일반적으로 가계부채는 금융기관이 취급한 대출의 총량으로 집계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전세제도가 존재하는 임대차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임대보증금이라는 가계 간 직접금융 형태의 부채가 큰 규모로 존재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총량을 제대로 추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대출통계에 전세 보증금 규모를 포함해 총체적 규모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