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을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이 전세자금 대출 심사기준을 모두 풀었다. 이르면 이달말 주요 시중은행에서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 증액분까지만 받을 수 있던 전세대출 한도를 '전체 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에 목말랐던 서민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25일, 30일부터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린다.
전세보증금 4억원을 가진 세입자가 계약 갱신 시기에 보증금이 5억원으로 올랐다면 기존에는 인상분인 1억원만 전세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25일부터 전체 전세보증금 5억원의 80%인 4억원까지 전세대출이 가능해진다.
농협은행은 앞서 지난 1월 전세대출 신청 기간을 기존 '잔금 지급일 이전'에서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확대한 바 있다. 1주택자 비대면 대출 신청 제한도 이달 2일자로 해제했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조에 따라 자율적으로 전세대출 문턱을 높였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총량관리 효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강도 높은 대출규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전월보다 1000억원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2000억원), 올해 1월(-5000억원)에 이은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도 연이어 전세대출 조건 완화를 선언했다.
신한·하나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임대차계약 잔금일 이후 대출 취급, 전세 갱신 시 임차보증금 80% 이내 취급 등 대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변경했다. 전세대출 신청 기간도 축소 이전으로 되돌려 신규 전세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연 0.2%포인트(P) 특별 우대금리도 신설했다. 카카오뱅크도 은행권 협의로 중단했던 1주택자의 일반 전월세보증금 신규 대출을 지난 22일부터 재개했다.
이번 은행 전세대출 문턱 낮추기가 새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대 80% 상향과 전세대출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적용한 전세대출 규제 강화가 금융당국의 총량관리 기조에 맞춰 조치한 만큼 현재 상황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어 규제 문턱을 내린 것"이라면서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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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