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반도체난에도 수익 챙겼다…1분기 '깜짝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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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이 10만대가량 줄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깜짝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판매 감소에도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수익 차종 비중을 꾸준히 늘린데다 우호적 환율도 실적에 긍정 효과를 냈다. 애초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와 기아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22년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현대차 매출은 30조298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6%, 영업이익은 1조9289억원으로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 매출은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원이다.

제네시스와 SUV 중심 판매 믹스 개선 효과와 환율 효과가 판매량 감소 영향을 상쇄한 결과다. 현대차 매출 원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0.7%포인트(P) 하락한 80.9%를 기록했다. 현대차 1분기 실적은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가운데 기록한 이례적 호실적이다. 현대차 1분기 완성차 판매는 90만2945대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 1분기 경영실적은 애초 시장의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에프앤가이드는 전날 기준 현대차 1분기 실적 컨센서스로 매출 29조7948억원, 영업이익 1조6484억원를 제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9%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이 0.5% 감소하며 수익성이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기아 컨센서스는 매출이 9.6%, 영업이익이 16.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제네시스 G80.
제네시스 G80.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 중국 지역 일부 봉쇄에 따른 부품 수급 불균형으로 생산 차질 영향 글로벌 도매 판매가 9.7% 줄어든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아는 판매 감소율이 0.6%에 그친 68만대 수준을 유지하면서 현대차보다 더 높은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 감소에도 제네시스와 SUV 판매 증가에 따른 믹스 개선 지속, 우호적 환율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선방을 기록한 배경은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의 판매 호조 영향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판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 시장에서 현대차는 선진국 중심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미국 자동차 시장 위축에도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 제네시스는 역대 1분기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는 1분기 미국에서 32만2593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제네시스는 1만1723대로 42.6%나 늘었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도 3배 증가했다.

기아 EV6
기아 EV6

유럽에서도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유럽에서 작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26만9350대를 판매했다. 작년 동기 대비 현대차 14.7% 늘었고, 기아는 27.6% 증가했다. 유럽 내 완성차 그룹 중 판매 순위는 2계단 상승한 3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경영환경 전망과 관련해 글로벌 팬데믹 상황 진정과 반도체 부족 사태의 점진적 안정화를 예상했다. 다만 중국 일부 도시 봉쇄 결정에 따른 부품 수급 불균형 현상 지속,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속되는 반도체 공급 이슈는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상승세를 보인 원자재 가격 역시 단기적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초 제시한 가이던스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