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스타트업 '라이트'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소프트뱅크는 기술 전문 투자펀드 '비전펀드'를 통해 '라이트'에 1억2100만달러(약 1512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설립한 '라이트'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개발에 주력했으나 소프트뱅크 투자 이후 자율주행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라이트는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 수백만달러 규모를 투자하고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부서 폐쇄, 직원 절반 해고 등 대규모 손실을 감내했으나 소프트뱅크의 갑작스런 지원 축소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라이트는 “(소프트뱅크는) 다른 투자펀드를 찾으면 여태까지 투자금을 모두 넘기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가장 큰 투자사가 떠넘기려는데, 어느 투자사가 쉽게 발을 들이겠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컨설팅을 받고 회사 운영비를 축소하는 등 생존을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쿠팡, 중국 디디글로벌 등의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자 투자기조를 보수적으로 선회하고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비전펀드가 조성한 300여개 기업 포트폴리오 중 상당수가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쿠팡 보유 지분 일부를 팔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쿠팡 주식 5700만 주를 매각해 16억9204만5000달러를 회수한 비전펀드는 올해 3월 5000만주를 10억 4350만 달러에 추가 매각했다. 비전펀드의 쿠팡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4%에서 29%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프트뱅크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 전환은 스타트업도 피해갈 수 없었다. 과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기업 확장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던 손 회장은 태도를 180도 바꾸고 변동성이 높은 기술주를 '가지치기'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 내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라이트에 대한 투자를 거둬들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소프트뱅크는 GM에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사인 크루즈 지분 9억달러(약 1조1250억원)어치를 매각한 바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