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까지 예금금리 인상에 나섰다. 올해 초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리 인상에 보수적이던 모습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제1금융권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들로 돈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웰컴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 소위 대형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한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점과 인터넷뱅킹,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입 가능한 모든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종전보다 연 0.15%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종전 대비 0.2%P를 올리고, 상상인저축은행도 정기예금 상품에 대해 0.07~0.1%P 상향 조정한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을 내부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전체 시장금리가 상승한 여파가 크다. 이에 맞춰 은행, 인터넷뱅크가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자칫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12개월 만기)를 보면 IBK기업은행의 IBK D-DAY통장이 2.49%로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가 2.56%라는 점을 보면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Ⅱ은 2.15%,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도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로 연 2.10%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저축은행 금리 추이를 보면 상승이 둔화됐다. 기준금리 상승을 반영해 빠르게 금리가 올라간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0.83%이던 시중은행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8월 1.03%로 상승한 뒤 △9월 1.17% △10월 1.29% △11월 1.57% △12월 1.70% △2022년 1월 1.65% △2월 1.70%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반면 이 기간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12개월 기준)는 2.21%에서 0.35%P 상승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확대가 여의치 않고, 퇴직연금 등을 운용해 이미 수신액이 상당 부분 쌓인 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 인뱅 등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고, 이들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 대응 차원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규제로 대출이 여의치 않고, 과거와 달리 퇴직연금을 운용해 수신 확보가 급하지 않다”며 “다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 인뱅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 고객 유출 방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SBI 정기예금 0.15%P 상승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