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산업 정상화에 더해 전력시장의 민간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력 판매시장에서 한국전력(한전)의 독점력을 낮추고 당사자끼리 전력계약(PPA) 형태를 늘려 에너지 수요관리 벤처 등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3대 기본 방향과 5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3대 방향은 △원전과 신재생 조화 △수요정책 강화 △에너지 시장 정상화다. 5대 과제는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 △수요 효율화 △에너지 신성장 동력 육성 △자원안보 △에너지 전환이다.
기본 틀은 인수위 기후변화TF가 지난 12일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데 있다.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 국제적으로 약속한 탄소중립 기조는 존중하되 원전 활용 등 에너지 믹스에 변화를 준다는 계획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이날 브리핑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석탄·LNG 발전소 등의 축소도 재생에너지 보급 추이에 따라 유동성 있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핵심은 전력시장의 민간 참여다. 현재 전력시장에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곳은 발전 분야로 한정됐다. 판매 분야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경제2분과는 공급(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수요조절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시장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는 PPA 확대를 통해 전력 판매시장의 민간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PPA는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상호 계약을 통해 전력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현재는 한전이 중계 역할을 하는 계약이 이뤄진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이 계속 늘어날 경우 다수의 발전사업자와 소비자들의 계약 요구는 커지고, 이를 연결하는 신생 벤처와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주헌 경제2분과 전문위원은 “탄소중립 시대에 시장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늘어난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간헐성과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이에 맞춘 수요관리를 위해 한전 독점이 아니라 PPA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이 나와야 한다”면서 “신생 기업이 많이 생길 것이고, 이들 기업을 통한 수요관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수위는 그외 에너지 시장 정상화 정책으로 △전기위원회 독립성 강화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 △자원외교 △에너지 복지정책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전산업 관련해선 한-미 원전 동맹을 강화해 '원전수출 추진단'을 신설, 원전 10기 수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