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한전, 내년에는 사채 발행도 못한다…전력공사법 개정 '시급'

사채 발행액, 자본-적립금 두 배 초과 못해
이달 기준 누적 차입금만 약 50조원 추정
전력도매가격 치솟아...전력 팔아도 손해

'적자 수렁' 한전, 내년에는 사채 발행도 못한다…전력공사법 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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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내년 상반기부터 사채를 추가 발행하지 못할 전망이다. 전력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전력도매가격(SMP)은 급격히 치솟았지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한전 재무상황은 한계에 직면했다. 하지만 한전 사채 발행액을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두 배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한국전력공사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한전 누적 차입금(별도기준)은 약 50조원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지난해까지 차입금 잔액 39조1000억원에 지난 21일 기준 채권 발행 12조1000억원을 합하고 1조~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상환액을 감안한 금액이다. 지난해 기준 한전 누적 차입금 39조1000억원보다 약 11조원, 2020년 31조1000억원보다는 19조원가량 늘어났다.

한전 차입금은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력도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전이 전력을 팔아도 손해 보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나주=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에게서 전력을 매입하는 기준가격인 전력도매가격은 지난해 10월 ㎾h당 107.76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과 3월, 이번 달에는 ㎾h당 200원대에 육박했다. 에너지 업계는 통상 전력도매가격이 ㎾h당 90~100원 수준이면 한전이 이익을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행 구조면 ㎾h당 100원에 이르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전이 내년 사채 발행한도를 초과해 더 이상 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 결산 시점에는 한전의 올해 당기순손실 분이 사채 발행한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당기순손실만큼 적립금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사채 발행한도는 급격히 축소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사채 발행한도를 91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달 기준 사채 발행한도까지는 아직 41조원 여유가 있지만 올해 누적 적자분을 사채 발행한도에 반영하는 내년 4~5월 결산 시점에는 추가로 사채를 발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사채를 충분히 발행할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가 문제”라면서 “내년 확정 결산 시점에 올해 적자 분을 반영해 장부상 적립금이 줄어들고 올해까지 누적 사채발행분은 그대로 두지만 이후 추가로 사채를 발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예로 한전이 올해 증권가 예상대로 20조~30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면 당기손손실에 더해 적립금까지 줄고, 내년 사채 발행한도는 41조~51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2~3분기에도 1분기와 같이 분기당 차입금 10조원까지 반영한다고 했을 때 누적 사채발행액은 약 80조원으로 사채 발행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내부에서는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서라도 내년 한전이 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법 제16조 2항에 따르면 “사채 발행액은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두 배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을 개정해 한전 사채 발행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