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평생 상처로 남은 학교폭력의 기억.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어느 날 가해자가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학교폭력을 비판하는 웹툰 작가로 말이다.
드라마 '내일' 속 이야기다. 앞자리 친구와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던 평범한 하루였던 그날, 소리 내 웃었다는 이유 하나로 구타를 당했고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딸깍이는 볼펜 소리가 날 때마다 웃기를 강요당했다. 그렇게 시작된 끝없는 고통의 터널. 우유를 뒤집어쓰고 오물로 채워진 사물함을 보는 일들이 계속됐고 가장 친한 친구마저 멀어졌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웠지만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었던 나날. 겨우겨우 이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만난 가해자는 여전히 그 어떤 반성조차 없었고 끔찍한 그때의 기억은 '겨우 예전 일'이 돼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 또 한 번 무너진 피해자는 '다들 자기한테 피해갈까봐 도와주지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터널 같아. 끝도 없는. 벗어날 수가 없다고요'라며 울분을 토해낸다.
한 사람의 인격을 살인하고 삶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학교폭력은 오랜 기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날이 갈수록 수법이 더 다양하고 교묘해져 최근에는 사이버폭력 '사이버불링'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성화로 학생 생활공간도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피해 사례가 소폭 늘어났다. 교육부 '2021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사이버폭력 비중은 8.6%에서 9.8%, 언어폭력은 35.6%에서 41.7%, 학교 밖 폭력은 24.3%에서 40.6%로 늘어났다.
사이버불링은 매우 교묘하고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욕설과 비난을 목적으로 초대해 그 방을 벗어날 수 없도록 끊임없이 초대하며 괴롭히거나 금전적인 손해를 끼치는 기프티콘과 데이터 전달을 강요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저격글 혹은 영상 올리기 등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괴롭힘이 주를 이룬다. 공간에 관계없이 가해가 가능한 사이버폭력은 피해자가 24시간 괴롭힘에 노출되는 문제뿐만 아니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피해 사실을 바로 알기가 어렵다.
드라마 '내일'은 이런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가해자에게 일침을 가한다. 저승사자 구련(김희선 분)은 “잘못은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힌 걔들이 한 거야. 어느 누구도 감히 너를 함부로 대하도록 내버려 두지마”라며 피해자가 끝없는 고통의 터널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모두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드라마 '내일'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