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다.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상향안을 채택하면서 갑론을박 논쟁이 치열하다. 온실가스는 국지적 오염물질이 아니라 전 지구적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즉 배출한 지역에서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구 어디에서 배출하든 온실효과는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지구의 한쪽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다른 쪽에서 배출이 늘어나면 온실효과는 개선되지 않는다. 전 지구 차원의 배출 총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에서 다 함께 배출량을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 대비 2도 이상 오르면 생태계 및 인간계가 매우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에 직면하고, 해수면은 1m 가까이 상승하며, 산호는 99% 이상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전 지구적으로 2050년께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만약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억제하려 한다면 2070년께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기한까지의 탄소중립 달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온실가스 배출 갭 보고서는 2021년 9월 기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그대로 달성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기온이 2.7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사회·경제·기술적인 여건상 매우 어려운 도전인데 그 도전에 모든 국가가 성공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1.5도는커녕 2.7도 상승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서 적응 비중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은 크게 저감(mitigation)과 적응(adaptation)으로 구분된다.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은 저감에 대한 목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혹한이나 혹서, 가뭄이나 폭풍과 같은 극한기후 현상이 나타날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바로 적응정책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저감 또는 완화도 중요하지만 적응 역시 중요한 대응 요소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의 관련 정책이나 목표는 지나치게 저감에 치우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나 적어도 10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에 의한 편익은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탄소 감축에 성공하느냐와 연계돼 있다. 왜냐하면 온실가스 효과는 전 지구적이기 때문이다. UNEP의 보고서에 따른다면 우리나라가 목표대로 탄소중립에 도달하더라도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제대로 억제되지 못할 공산이 높다.
필자는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저감 활동은 마땅히 지속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량은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량을 적절히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환경문제로 따로 떼어 내어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경제 활동과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영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까지 각국의 동향을 보면 많은 나라에서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극적으로 탄소를 줄이려고는 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2050년이 아닌 2060년 또는 2070년에 달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여건이라면 저감에 모든 역량을 쏟기보다는 기후변화 상황에 대한 적응을 더욱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dgyi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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