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5년 전이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카카오가 만든 은행이 대성공을 거둘지를, 고작 인터넷전문은행이 코스피에 상장해서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줄을.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때만 해도 10~20대 고객에 '반짝 유행'하고 그칠 것이라는 게 은행권 대부분의 시각이었다. '라이언' 캐릭터의 체크카드 인기로 발급이 몇 주일이나 걸리던 대란을 지켜보면서도 기존 은행은 카카오뱅크를 경쟁사로 느끼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거대한 자금력, 은행 고객의 보수적 성향을 믿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영업하는 카뱅의 파급력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급속도로 진행된 디지털금융 확산을 겪으면서 카뱅은 기존 은행을 뛰어넘어 은행권 혁신 선두주자로 군림하고 있다. 기존 은행은 뒤늦게 앱을 개선하고, 계열사 통합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따라가는 처지가 됐다.
보험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올해 3분기에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을 출범시키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지만 업계는 위기의식은커녕 카카오손보가 잘 안 될 부정적 이유만 찾기 바쁘다. '카카오손보가 판매할 보험상품의 수익성이 없다.' '보험 소비자는 보수적이어서 비대면 영업하는 카카오손보를 믿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이다. 카뱅, 카카오페이증권 등 카카오금융사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돼 온 데자뷔처럼 보인다. 카카오손보가 가져올 변화를 상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라는 거대 플랫폼에서 상담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모습이 낯설긴 하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가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를 무시만 하고 있기엔 보험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생명보험·손해보험 할 것 없이 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은 비대면이 아니고는 살아날 방법이 없다. 특히 카카오손보가 타깃으로 하는 20~30대 젊은 고객을 잡기엔 기존 보험사의 이미지는 너무 낡았다. 또 20~30대는 보험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 점을 파고들어 카카오손보가 카카오 캐릭터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언어로 쉽게 다가간다면 20~30대가 카카오손보에 빠르게 포획될 수 있다.
카카오손보는 펫보험, 여행자보험, 운전자보험 등 단기 미니보험을 우선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가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보험상품부터 차근차근 제공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론 실손보험, 암보험, 질병보험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손보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본허가를 받는 날에 공교롭게도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기존 보험사가 고수해 온 대면 설계사 중심의 전통적 영업 방식이 저물고 비대면 디지털 보험영업이 대세로 자리하게 될 '머지않은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 주는 하나의 사건 아닐까.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