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 제도화 필요성

강창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강창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초량지하차도에 물이 차 올랐으나 관측설비 고장으로 경보가 울리지 않아 지나가던 차량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시민 3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2월 31일에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전관방송설비 고장으로 소방관 및 입주민들이 직접 이웃집 대문을 두드려 가며 대피를 안내하고, 입주민 20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11월 24일에는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광케이블이 전소되고 인터넷, 휴대폰, 무선통신 등 유·무선 정보통신 서비스가 두절되면서 주변 금융사들과 주민센터·음식점·숙박업소 등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소방서와 병원 통신이 두절돼 혼란은 극에 달했다.

최근에는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개인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소중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일련의 모든 사고는 정보통신 설비를 설치만 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으며, 정기적으로 유지보수·관리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

정보통신망은 사람의 신경망 조직에 비유된다. 이는 정보통신 설비가 매우 중요하므로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한 순간 셧다운돼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일상생활을 마비시켜서 국민에게 뼈 아픈 고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유지보수·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보통신 설비를 이용한 서비스는 언젠가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 숨어 들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과 공존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가깝게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이용해 각종 정보를 송·수신하고 제어하며 처리하거나 네비게이션 및 게임 등 다양한 편의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도로와 철도에서 지능형 교통시스템과 CCTV 등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등불 역할을 하고 있고, 하늘에서는 항공 관제와 레이더 설비가 있다. 또 바다에서는 선박 통신, 항해, 어로 등 설비를 이용한 서비스가 국민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필수 설비이며 안전설비로 자리매김한 정보통신 설비가 유지보수·관리하는 근거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아 국민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반면에 전기는 '전기안전관리법', 기계설비는 '기계설비법', 승강기는 '승강기 안전관리법'에서 유지보수와 안전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관리의 제도화는 해당 분야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업 혁신 시대의 도래”라 할 수 있다. 핵심은 사람·사물·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된 망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제어·활용·공유하는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이다.

건축물에서도 다양한 정보통신 설비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돼 사용자에게 안전함, 편리함, 주거 안정성 등을 제공한다. 정보통신 설비들이 건축물 전체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제어 및 송·수신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스마트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 설비가 스마트홈·사물인터넷·스마트헬스를 비롯해 인공지능·빅데이터 등과 융합되면서 첨단화·지능화·고도화되고 있어 정보통신 설비가 정상적으로 동작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관리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건축물에서 고도화된 정보통신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음에도 건축물의 정보통신설비는 노후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소지가 점점 커지고 있어 국민 생활의 불편은 물론 국민 생명과 재산권에 대해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결국 스마트 융합 서비스의 발전은 정보통신 설비에 대한 안정성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스마트 융합 서비스의 라스트 마일을 담당하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 설비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보통신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관리제도 마련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 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해당 건축물에 정보통신기술자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하거나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띤 업체가 관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통신 융합서비스가 속속 출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보통신 인프라 강대국의 면모에 걸맞은 정보통신 설비의 품질 유지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정보통신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관리제도가 조속히 법제화돼야 한다. 정부 당국과 국회의 관심 및 입법화 노력을 기대한다.

강창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hongbo@ki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