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30>메타버스 도시를 위한 디자인 싱킹(2)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메타버스의 핵심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존재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러시'에서 가장 먼저 언급됐다. 여기서 메타버스 개념은 '물리적 현실과 가상의 현실이 만나는 몰입형 인터랙티브(상호작용)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과 존재 제공을 기반으로 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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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메타버스는 미국 가속연구재단(ASF)이 발표한 '실재와 가상 공간이 실감 기술을 통해 매개·결합돼 만들어진 융합된 세계'라는 개념적 정의와 더불어 사회·기술적 다양한 현안과 방식과 연계돼 진화했다. 그러나 각각의 차이에도 그것들은 모두 '다음 세대의 인터넷 세상'을 의미하고 있는 듯하다. 즉 컴퓨터 네트워크(인터넷)를 기반으로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다차원 가상 공간(메타버스)을 통해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 가능할 것이며, 가능성으로 느껴졌을지라도 색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맥락에서 일상의 공간으로써 '메타(버스) 도시'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인간 중심의 창의적 사고방식인 디자인 싱킹을 통해 살펴보자.

초기의 컴퓨터는 우리 일상과는 물리적으로 별개의 대상이었다.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의 빠른 보급을 통해 1990년대 우리는 IT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결제·쇼핑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통화 등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약 60%는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이를 통한 예약·주문·뱅킹·쇼핑 등 개인 작업에서부터 도시 내 다양한 센서·카메라 등까지 사람과 장치, 장치와 장치 등 상호작용 사례도 매우 다양하다. 이에 최근 도시의 역할은 도시 내 상호작용이 최대한 사용하는 사람(시민) 입장보다 직관적이고 활용하기 쉬우며 보기 좋으면서도 즐거운 경험으로 구성(디자인)되는 데 집중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2차원적인 인터넷 경험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확장현실(XR) 등 기술 발전을 통해 다차원적 공간인 메타버스로 가는 길은 여러 방식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메타(버스) 도시는 우리 삶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모든 개별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고유한 경험을 만드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인간 중심의 본질에 기술의 옷을 입히는 디자인 싱킹 관점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즉 도시 환경에서 시민들의 움직임, 가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법, 공간 환경 탐색 등을 통해 사용자(시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메타(버스) 도시를 구현한다. 이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도시 데이터를 활용해 물리적 도시 공간까지 재구성하는 선순환의 생태계로써 도시를 설계(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 등 기술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 심리학, 의학, 철학, 경제학, 인류학 등과 같은 우리 삶과 관련된 전 분야에 대한 기술·지식·지혜를 확장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메타(버스) 도시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직 메타버스는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주로 게임이나 AR, VR 등 기술을 사용하는 공간 환경에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2020년 이후 인터넷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것처럼 미래의 메타버스 역시 '어떠한 모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 않은가.

본격적인 메타버스로의 진화는 무한한 가능성과 혁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 메타(버스) 도시도 인터넷의 초창기처럼 결국 인간 중심의 삶에 대한 본질을 기반으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디자인 싱킹을 통해 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고 엄청난 잠재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 보는 건 어떨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