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업계는 대기업이 대리운전업 종사자를 위한 노동안정복지기금 등을 조성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력을 앞세워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데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상국 한국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 총괄본부장은 9일 “대기업이 돈의 논리로 경쟁사를 인수하며 대리운전 기사와 중소업체들이 일궈놓은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며 “노동안정복지기금 조성 등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의 업계에 대한 배려는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대리운전 기사는 16만3000~16만5000명, 대리운전 업체는 3058개에 달한다. 조 단위 시장이 형성되자 대기업 중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6년, 티맵모빌리티가 2021년 시장에 진출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로 대리운전 업체와 기사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하는 등 대기업은 헐값에 경쟁사를 사들였다”며 “새로운 시장이 아닌 기존에 있던 시장을 잠식해가면서도 그동안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업계 종사자 대상 정책이 없다는 건 약탈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리기사가 동반성장위원회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기업이 대리기사를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산업을 이끌어가는 독립적 구성원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본부장은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중개한다는 이유로 대리운전 기사는 직원이 아니라고 한다”며 “이는 대리기사가 또 다른 주체라는 방증인데 앞서 진행한 동반위 실태조사에서도 대리기사 의견수렴을 위한 연락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도, 진입한 이후에도 산업 진흥과 종사자를 위한 방안이 없다”며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가 서로 경쟁에만 집중하는 데 산업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서비스가 완결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대리기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리운전의 가장 큰 가치는 음주운전 예방을 통한 사회 안전 실현”이라며 “밤새 전화를 받고, 대리운전을 수행하는 기사들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